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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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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정보기술(IT)주가 돌아왔다. 박스권에 갇힌 증시를 끌어올릴 구세'주(株)'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IT업종은 코스피 지수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6월 말부터 주도주로 부각됐다. 1200선마저 깨졌던 코스피 지수를 슬금슬금 끌어올려 1400선을 다시 바라보게 했다. 우리투자증권의 박종현 리서치센터장은 'IT 역할론'을 내세우면서 "연말에는 주가지수가 1500을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2인방의 귀환=IT주 상승에 불을 댕기고 있는 종목은 하이닉스다. 하이닉스는 6월 22일 연중 최저점인 2만6150원을 찍더니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 15일 3만9100원을 기록해 연중 최고가를 경신했다.

하이닉스의 초강세는 D램과 낸드플래시의 쌍둥이 호황 때문. 3분기 D램 평균가격은 2분기보다 9.5%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반도체 기업의 생산 차질과 윈도 비스타 출시 효과 덕분이다. 공급과잉으로 급락하던 낸드 플래시도 안정을 찾고 있다. MP3.플래시카드 업체의 재고조정이 완료되고 계절적 성수기에 힘입어 8월부터 주문 증가세가 뚜렷하다.

한누리투자증권은 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액이 전분기보다 16% 증가한 1조9300억원, 영업이익은 30% 증가한 504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증권사들은 잇따라 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에 나섰다. 대우증권은 4만원에서 4만5000원으로, 우리투자증권은 4만5000원에서 5만원까지 올렸다.

삼성전자도 대장주의 지위를 다시 회복하고 있다. 연초 70만원을 넘었던 주가 수준에는 못 미치치만 6월 중 55만원선마저 붕괴됐던 주가는 서서히 회복돼 15일 65만6000원을 기록했다. 역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오름세에 힘입어서다.

교보증권은 3분기 실적 호전을 이유로 '비중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푸르덴셜투자증권도 "반도체 부문이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LCD 역시 개선될 전망"이라며 목표주가로 76만원을 내놓았다.

◆다른 IT도 질주, 추격 매수는 부담=다른 IT주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삼성테크윈은 15일 3만9000원에 장을 마쳐, 또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달 디지털카메라 월 생산량이 100만대 고지를 넘어섰고, 올 상반기 디지털카메라 세계시장 점유율이 7%에 이르는 등 실적이 대폭 개선됐기 때문이다. 그밖에 인탑스.코아로직.휴맥스 등 코스닥 IT주들도 50% 내외 상승세를 기록했다.

2분기 실적 바닥을 찍고 회복세에 접어든 IT주에 증권사들도 '러브콜'을 보냈다. 대한투자.메리츠.우리투자증권 등은 추천주의 절반 이상을 IT종목들에 할애했다.

그러나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D램과 낸드 가격 상승세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JP모간증권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대해 "애플의 '아이팟 나노' 신제품 출시가 낸드플래시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으며 메모리 가격은 4분기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급등한 주가도 부담스럽다. 삼성증권은 "최적의 매수 시점에선 멀어져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추격 매수보다는 조정때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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