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4·3사건」42주년|재조명작업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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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제주도「4·3사건」42주년을 맞아 지금까지 「공산주의자들의 사주에 의한 폭동」으로 역사속에 묻혀온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의미를 되새겨보는 재조명작업이 제주도를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4·3」사건은 해방후 미군정하에서 일어난 최대의 민중항쟁으로 48년 여순반란사건을 촉발시킨 원인이 되기도 했으나 최근까지 「반체제폭동」으로 규정돼 관련행사나 연구가 거의 없었다.
제주문화운동협의회·제주민족민주운동 협의회등 제주지역 10개 단체는 공동으로 지난1일부터 7일까지 「제주4·3항쟁 42주기 4월제」를 마련했다.
전도민적 4·3진상규명운동의 계기로 마련된 4월제는 학술행사·마당극·시화전등 다양하게 꾸며지는데 작년에 이어 두번째다.
4월제 공동준비위원회는 1일 낮12시 제주교대 교정에서 4·3희생자의 원혼을 달래는 위령제를 올렸다.
제주도의 노래모임인 숨비소리·우리노래연구회는 5일 오후4시·6시 제주시 하늘극장에서 「4·3노래공연」을 갖는다.
연희전문집단인 놀이패 한라산은 50년8월 제주도대정읍 속칭 알뜨르라는 곳에서 예비검속령이라는 명목으로 4·3사건당시 자수자와 희생자가족을 대량 처형한 사건을 다룬 『백조일계』이라는 창작극을 마련, 서귀포시 YMCA호1관(5일 오후4시·7시)과 제주시 하늘극장(6 일 오후4시, 7일 오후 4시·7시)에서 공연한다.
이밖에도 4월제 준비위측은 3일부터 5일까지 제주시 세종미술관에서 「4·3추모시화전」을 개최하며, 8일에는 「4·3추모 한라산등반대회」도 가질 예정이다.
제주사회문제협의회·민족문학작가회의등은 3일오후7시 서울혜화동 예술극장한마당에서 4 ·3항쟁 관련 시·소실·증언·노래등을 소개하는 「4·3민족문학제」를 개최.
한편 월간 『한길문학』은 제2차 「한길문학기행」행사로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4·3사건문학」의 주무대인 제주도를 찾았다. 문학평론가 임헌영씨, 현길언·오성찬씨등 문인들과 독자 50여명이 참가한 이번 「문학기행」에서는 4·3사건의 현장답사와 함께, 기존의 「4·3」의 문학적 성과와 앞으로의 방향이 진지하게 모색됐다.
제주도 곳곳 4·3문학의 현장을 둘러본 고창훈교수(제주대 행정학과)는 「4·3문학의 현황과 과제」라는 발췌강연을 통해 『4·3사건의 여러 부면등을 단편적으로 그리는데는 일정한 성과를 거뒀지만 아직 이것이 4·3문학이다라는 성과는 없었다』며 4·3문학의 정립을 위해 『보다 민중적인 삶과 관점에 다가설것, 역사적 사실에 철저할것, 분명한 세계관을 담아낼것, 사회적으로 실천·승화하는 의미까지 담아낼것』등을 문인들에게 요구했다.
이에대해 작가 현길언씨는 『최근 4·3의 이해가 이념적 측면만을 강조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제주도를 피상적으로 관찰한 결과』라며 『혈연의식이 계급의식보다 더 강한 제주도는 이념만의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현씨는 때문에 『우익도 좌익도 다 피해자일뿐인 이 사건의 해원을 위해 문학인은 역사에 대한 애정을 갖고 이념 자체를 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이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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