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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만성신부전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만성신장병·만성신부전은 난치명의 하나로 모든 사람들이 겁내고 싫어하는 질병일 것이다.
일생에 고통과 부담의 짐을 지워주는 좋지 않은 이런 병은 때로는 갑자기 그러나 살며시, 때로는 다른 질병을 앞장세워 긴시일을 두고 찾아온다.
필자가 10여년전 미국에서 근무할 때 피부가 희고 눈이 크며 갈색머리를 한 매력적인 여자환자(31)를 진료한 일이 있었다. 그녀에게는 이 엄청난 질병이 하루아침에 닥쳤다. 그 환자는 10년이란 오랜 혈액 투석생활중 뼈에 합병증이 생겨 다리를 절고 다녔다.
두꺼운 옛날 병상기록을 살펴보았더니「20세 여비서로 근무중 일어서다 갑자기 현기증이 있어 쓰러졌음. 병원에 옮겨져 진찰한 결과 심한빈혈과 요독증이 있음이 발견됐고 혈액 투석요법이 시작됐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또 음악을 전공하는 맨해턴의 여교수(66)는 신경이 예민해서 였던지, 두통이 심해서였던지 17년동안 진통제를 많이 복용했고 이 때문에 신장이 심하게 파괴되어 요독증이 나타났다. 빈혈·구토·산혈증·영양실조·호흠곤란·정신이상등으로 인생무상을 느끼게 했다.
한편 국내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김사장(52)은 회사일로 바빠 식음을 가리지 않고 동분서주했다. 5년전부터는 술을 마시고 난 다음날 발가락관절이 아프고 붓는 통풍의 증상이 나타나곤 했다.
그는 이를 적당히 치료받고 또다시 바쁘게 활동했는데 그런던중 어느날 몹시 토하는 증상이있어 의사에게 보인즉 고혈압과 신부전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재산을 정리하고 사업을 축소해야만 했다. 통증은 요산의 체내축적에 기인하고 요산의 축적은 중년남자에게 많고 선천적일 수도 있으나 다른 질병, 약물·납의 중독등으로 잘 생긴다.
술 특히 맥주나 와인, 비만증·과식과도 관계가 있다. 혈중에 요산치가 높은 사람은 이를 낮추는 약물등의 조치를 취하면 만성신부전을 예방할 수 있는데 김사장은 적절한 관리를 못했다고 본다.
이여사(62)는 지난 10년간 당뇨병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의지가 약해 당뇨병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했다. 의사는 인술린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했지만 먹는 약으로 안되겠나 싶어 피해왔다.
보리 밥·검은콩, 그리고 좋다는 여러가지 상약(민간약) 이나 한약을 시험해보는 수년동안에 당뇨병이 악화돼 여러가지 합병증을 일으켰다. 몸이 붓고 혈압이 높으며, 시력이 감퇴되고 단백뇨가 있으며 혈중에 요소가 쌓이는등 만성신부전증에 이르렀다.
혈당치만 잘 조절하면 이런 합병증이 예방된다는 과학적 증거가 있지만 많은 만성환자들이 상약 ·한약등으로 쉽게 치료하려고만 하니 안타깝다·
만성신부진은 크게 회복될 수 없는 것이므로 이를 예방하고 일단 걸렸으면 더 진행되지 않도록 약물과 식이요법에 힘쓰는 것이 최선이다. 필자는 먹는약·단식요법·기도원등에 의존한 많은 환사들을 만나봤으나 만성신부전이 낫는 예를 본적이 없다. 반대로 이들은 기도원에서 초주검이 돼 돌아오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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