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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해 성역 어디서 찾나(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제 어디로 가야 쾌적한 생활환경을 누릴 수 있단 말인가. 공단지역 뿐만 아니라 도시ㆍ농촌ㆍ어촌 할것없이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공해에 찌들어 있다는 국립환경연구원 자료(어제일자 중앙일보 1면 보도)를 보고 절로 터져나온 탄식의 소리다.
이 자료에 따르면 공단지역을 빼고 전국 13개 도시와 농ㆍ어촌지역 주민의 혈액ㆍ소변ㆍ머리카락 등을 채취하여 분석해 보았더니 인체에 치명적인 카드뮴과 납ㆍ아연ㆍ구리 등 중금속에 크게 오염돼 있다는 것이다. 심한 경우 그 오염도가 선진국 기준치의 25배까지에 이르고 있다니 놀랍고 걱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 중금속의 인체오염정도가 공해가 심한 것으로 인식돼 있는 도시지역보다 오히려 농ㆍ어촌에서 훨씬 심하다는 점이다. 도시지역이 차량에 의한 대기오염이 심한 반면 상ㆍ하수도등 양호한 위생설비와 비교적 높은 주민의 위생관념에 의해 기타의 공해에 대한 대응에 힘쓰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농ㆍ어촌은 위생설비의 부족에다 공해에 대한 인식이 낮아 오염된 식수와 농산물ㆍ어패류가 여과ㆍ처리되지 않고 그대로 섭취되는 현실이다.
또한 실제로 각종 공해가 유발되는 곳이 농촌이기도 하다. 농산물 자체가 대량생산을 노린 농약의 과다 살포로 심하게 오염돼 있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살포된 농약은 농산물의 직접 오염뿐만 아니라 토양을 오염시키고 이 토양을 스쳐 흐르는 하천과 식수인 우물물을 오염시킨다.
축산폐수와 행락쓰레기에 몰래 내다 버리는 산업쓰레기까지 겹쳐 농촌은 이미 「쾌적한 전원」이 아니라 각종 공해로 인해 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도시 생활 쓰레기와 농촌의 농축산 폐수가 하천을 따라 흘러가는 곳이 바다이고 여기에 임해공업시설의 산업폐수까지 가세된 연안의 어촌은 오염의 종착지나 다름없다.
그 곳에서 서식하는 어패류에는 폐수 속의 중금속이 농축돼 있어 그것을 상식하는 어촌 주민들의 몸에 중금속이 쌓이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니겠는가.
우리의 낭만적인 생각은 농ㆍ어촌하면 「꽃피고 새 울며 맑은 시냇물에 피라미떼가 노니는 고향」을 떠올린다. 이것이 얼마나 큰 착각인가를 이 조사 결과는 입증해 주고 있다.
인구의 증가는 산업성장을 필수적으로 수반하고 공해의 증가는 바로 이 경제성장의 필연적인 결과다. 따라서 공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들 지구인이 공동운명체 의식을 갖고 생활양식을 반성하는 데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길이 없다. 무한한 경제의 성장과 발전의 추구에서 질서있는 억제로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인류의 미래는 없다고 로마클럽은 이미 지난 73년부터 경고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약투성이의 쌀을 과잉생산할 게 아니라 공해가 덜한 쌀을 알맞게 생산하면 주식으로부터 오는 농약공해는 감소될 수 있을 것이다. 농약과 화학비료로 과잉생산된 무를 폐기처분하는 상황은 유기농법에 의한 무공해 채소를 생산해도 농민들이 생업에 지장을 받지 않고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농정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성장과 발전이 불가피하여 대량생산에 치중할 처지라면 이로 인한 공해를 해소하는 기술의 개발에도 이에 못지않는 재정적ㆍ인적 투자를 병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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