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부인 고영희 중병 앓고 있는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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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최근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부인 고영희(高英姬.50)씨의 중병설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의 한 북한소식통은 20일 "高씨가 몇 해 전 유선암 수술을 해외에서 두 차례 받았는데, 최근 재발돼 건강이 매우 좋지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도 이날 국회 답변에서 "高씨가 상당히 중한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이 같은 중병설을 뒷받침했다.

일본에서 태어난 高씨는 1960년대 초 부모와 함께 북한으로 건너가 70년대 초부터 만수대예술단원으로 활동했으며, 이 시절 金위원장과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80년대 초반 정철(22)과 정운(20)을 낳았으며, 이후 金위원장의 전 부인인 성혜림(사망)과 김영숙을 대신해 사실상 북한의 '퍼스트 레이디'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언론이나 북한전문가들이 高씨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그의 아들이 金위원장의 후계자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관측과 무관하지 않다. 金위원장과 成씨 사이에서 태어난 정남(32)과 高씨 소생인 정철.정운 간에 후계 구도를 둘러싼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설이 일본과 미국 언론을 통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특히 金위원장의 요리사를 지냈던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56)는 최근 펴낸 수기 '김정일의 요리인'에서 金위원장의 후계자로 정철보다 정운이 유력하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올해 들어 일본언론이 보도한 '고영희 우상화 시도' '고영희 가택연금설'등도 후계자 문제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그러나 丁장관은 이날 "권력승계 문제는 아직 북한에서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본다"면서 "후계자 암투설 보도는 추측"이라고 말했다.

통일연구원의 전현준(全賢俊) 선임연구위원도 "노동당이나 군대에서 활동한 경험이 없는 金위원장의 아들을 후계자로 언급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논의"라며 "북핵문제가 풀리고 2005년 북한 노동당 창립 60주년을 전후해 열릴 것으로 보이는 노동당 7차대회가 끝나야 후계구도의 윤곽이 잡힐 것"으로 전망했다.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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