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일자리 급감···'백조 대란' 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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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지방대에 다니는 Y씨(25, 남). 올초 군복무를 마치고 가을학기에 복학하기 전까지 편의점 점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제대 직후 대형마트의 물류센터에서 잠시 일을 했는데, 체력소모가 많다고 느껴 편의점으로 옮겼다. 같은 대학 여자 후배가 소개해줬다고 한다.

Y씨는 "제대 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편의점 점원들 가운데 남성들의 비중은 늘고, 여성들은 줄어든 것이 느껴진다"고 했다.

지난 1년 동안 우리나라 20대 여성들의 일자리가 무려 12만개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편의점이나 일반 상점과 같은 소매업 부문에서 젊은 여성들의 일거리가 급감했다.

여성 일자리 비중이 높은 소매업 부문이 부진한 탓이 컸다. 게다가 일자리 부족에 허덕이던 20대 남성들이 소매업 분야에서 여성들의 일자리를 잠식하는 현상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성 실업자를 뜻하는 속칭 '백조'가 새로운 일자리 문제로 부상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20대 여성 취업자 수는 208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무려 11만6000명(5.3%)이나 줄었다. 전체 취업자 수가 2316만명으로 31만8000명(1.4%) 늘어난 것과 상반된다.

20대 여성 취업자수의 급감은 소매업 부문에 집중됐다. 도소매업 부문에서 줄어든 20대 여성 취업자수만 6만3000명에 달했다. 전신애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특히 소매업 부문에서 20대 여성 취업자 수 감소가 두드러졌다"고 했다. 소매업에는 편의점, 할인점, 백화점 뿐 아니라 일반 상점들도 모두 포함된다.

소매업 경기의 부진이 한몫했다. 지난 1년동안 소매업 분야에서만 일자리 11만1000개가 사라졌다.

또 취업난에 시달리던 20대 남성들 가운데 일부가 20대 여성들이 주로 점유하고 있던 소매업 일자리에 취업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20대 여성의 일자리가 12만개 가까이 사라지는 동안 20대 남성의 일자리는 불과 4000개(0.2%) 줄어드는데 그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남녀를 합친 20대 전체에서 줄어든 취업자수가 12만명(2.9%)인데, 이 가운데 무려 97%가 여성의 일자리였던 셈이다.

8월 현재 20대 전체 실업률은 7.4%로, 여전히 전체 실업률(3.4%)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서울지역 대학을 졸업한 L씨(26, 여)는 "청년 실업 문제에서도 여성들의 일자리 부족이 특히 심각하다"며 "주위의 대학 동기들 가운데 남성들 중 3분의 2 정도는 취업이 돼 있는 반면 여성들은 절반 이상이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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