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홍합·거머리로 관절염 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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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살이(미슬토)로 간암을 치료한다.''뉴질랜드산 초록잎 홍합으로 관절염을 치유한다.''갱년기 여성에게 에스트로겐 대신 승마(블랙 코호시)를 먹여 폐경 증상을 완화시킨다.'

지난 18, 19일 서울 가톨릭대 의대 강남성모병원 의과학연구소에서 열린 '제 2회 보완의학 국제 심포지엄'에서 쏟아진 생소하고 기발한 치료법들이다. 4백여명의 이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인 이번 심포지엄에선 일반인도 흥미를 가질 만한 연구결과들이 여럿 소개됐다.

◇겨우살이 추출물의 간암 치료 효과=독일 베를린 하벨회에병원 위장관과 마테스 박사는 "수술이 불가능한 간암 환자 18명에게 겨우살이 추출물로 만든 주사약을 간암 부위에 주입한 결과 14명에서 암의 크기가 현저히 줄어드는 효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나이는 18~80세, 치료 전 암 크기는 1~12㎝였다.

마테스 박사는 "독일에선 암환자의 절반이 겨우살이 추출물을 사용한다"며 "미국에서도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많이 쓰인다"고 말했다. 미슬토는 암환자의 면역기능을 높이고 안정된 기분을 주는 효과도 있다.

◇초록잎 홍합의 관절염 치료효과=연세중앙내과의원 조세행 원장은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관절염 발생률이 낮은 이유는 초록잎 홍합을 즐겨 먹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여기엔 EPA.DHA 등 오메가-3 지방이 풍부한데 이 지방이 항염증 효과가 있다는 것. 조원장팀은 2001년부터 서울대병원 등 8개 병원을 찾은 54명의 무릎관절과 엉덩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추출물의 효과와 안전성을 분석했다.환자들에게 8주간 투여한 결과 80% 이상이 증상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승마의 갱년기 증상 효과=한양대병원 산부인과 조수현 교수는 "한국 여성의 갱년기는 40대 초부터 50세까지"라고 규정한 뒤 "에스트로겐과 승마가 이 증상을 경감해 준다"고 설명했다. 최근 에스트로겐의 부작용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승마와 콩 등 자연식품. 하지만 콩은 폐경증상인 얼굴 화끈거림을 없애지 못한다. 조교수는 "독일에서 2천명의 여성에게 승마를 처방한 결과 에스트로겐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나은 폐경 증상 완화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는 "우울증 환자에겐 성요한초, 야뇨증.갑상선비대증 환자에겐 톱 야자(미국 동부 해안의 야자수)가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79명의 해군 사관생도에게 배 타기 전에 생강을 1g 먹인 결과 배멀미를 크게 줄였다는 외국 논문이 있다"고 소개했다.

◇거머리로 관절염 잡는다=독일 에센-미테 병원 내과 슈판 박사는 "내 어머니가 무릎 관절염 환자인데 거머리 4~6마리를 무릎 주위에 풀어 치료했다"고 말했다. 슈판 박사팀은 51명의 골관절염 환자에게 거머리 치료를 실시했다.이 결과 대부분의 환자가 통증이 크게 줄고 관절의 뻣뻣함도 완화돼 환자들에게서 '기적의 치료'라는 칭송을 받았다는 것.

그는 "거머리에 통증을 줄여주는 약효성분이 있는 데다 부기를 떨어뜨리는 것이 치료의 비결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 연구기관 설립 절실=가천의대 길병원 소아과 이성재 교수는 "미국에선 보완의학 의료비가 연간 40조원,영국에선 6조원에 달하고, 독일에선 2만여명의 의사가 이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며 정부와 국내 전문가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또 "보완의학 시술에 대한 법적 근거도 마련돼 있지 않아 환자는 물론 의사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교수는 "우리나라는 동서양 의학이 동시에 발전한 유일한 국가로 보완의학에 관한 한 경쟁력이 있다"며 "우리 고유의 보완의학을 개발하고 기존의 보완의학 관련 약.치료법의 안전성.효과를 검증할 연구기관 설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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