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산책] 소통 불능의 가족 풍경화 '임만혁 전'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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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 소통 불능의 가족 풍경화 '임만혁 전'

화가 임만혁씨가 30일까지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가족-내면의 풍경화'라는 제목의 개인전을 연다. 그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가 대학원에서 동양화로 전향했다. 이 특이한 경력은 그의 작품에 흥미롭게 반영돼 있다. 화선지를 여러겹 겹쳐서 사용하는 방법은 동양화에 가깝지만, 목탄으로 바탕을 그리고 채색을 해 완성하는 방법은 서양화에 가깝다. 이번에 선보이는 그의 근작들은 가족의 모습을 정겨운 색감으로 표현하지만 결코 따뜻하거나 안락해보이지 않는다. 술에 취해 곯아떨어진 아버지 옆에서 소년은 종이확성기를 대고 뭔가를 말하고 싶어하고, 엄마의 등에 아이들도 모자라 남편까지 올라타 있다(사진). 가장 가까워야 할 가족 사이에 정작 소통이 안되고, 각자의 자리를 찾지 못하는 현대의 가족상이 묻어난다. 02-549-7574.

*** 신체를 쪼개고 변형시키고 '이형구 전'

이형구 작가는 지난 10여년간 신체를 소재로 한 작품을 내놓았다. 신체의 다양한 부분들을 시각적으로 변형시키는 작업에서 출발해 점차 물리적 근거를 탐구해 나간다. 10월 8일까지 천안시 신부동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그간의 작업물들을 '아니마투스'라는 제목으로 선보인다. 아니마투스는 '생명을 불어넣다, 활기를 띠게 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라틴어로, 그는 인간의 뼈를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창출해낸다. 가령'레퍼스 아니마투스'(사진)는 만화 캐릭터인 벅스 버니와 그 실제 원형인 토끼 사이의 차이점을 비교해가며 중간적인 모습을 만든 작품이다. 041-551-5100.

*** 흑백으로 채운 풍성한 얘기 '유선태 전'

서울 화동 두루아트스페이스에서 24일까지 열리는 유선태 개인전은 마음이 번잡한 도시인이라면 한번쯤 발길을 머물러도 좋은 전시다. 그림은 화이트와 블랙만을 이용했지만 결코 심심하지도, 단조롭지도 않다. 나무와 개, 사과 등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주제들이 하얀 바탕 위에 다소곳이 자리잡아 보는 사람의 마음을 찬찬하게 만든다. 대자연 속에 우리의 모습은 얼마나 가볍고 유한한가(사진)하는 철학적 명상마저도 자연스레 떠오르게 하는 전시다. 02-720-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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