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인의이것이논술이다] 2008년 '죽음의 트라이앵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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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입시의 핵심은 논술 구술의 절대적 강화에 있다. 2008학년도 입시가 내신, 수능, 논술로 이루어진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고 하지만 이는 엄밀히 보면 본질을 회피하는 표현이다. 그것은 공포감을 조장하고 실질적인 문제의 핵심을 가리는 기능을 할 뿐이다.

입시에서는 최종 당락이 중요한 법이어서, 내신과 수능을 잘 봐도 최종 시험인 논술 구술을 못 보면 떨어진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입시에서 논술 구술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었지만 합격 여부를 가리는 데는 대단히 중요했던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비중도 50%로 높아지기 때문에 논술 구술의 중요성은 더 커지게 된다.

따라서 '트라이앵글'이란 표현을 씀으로써 입시에서 내신, 수능, 논술이라는 세 요소가 균등하게 중요하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면 이는 학생을 잘못된 길로 이끄는 셈이다. 학생은 정확히 알아야 한다. 수능은 자격시험, 즉 원서를 쓸 수 있는 자격이 있느냐 하는 수준에 머물며, 본선에서 내신과 논술 구술을 합산해 선발하기 때문에 실제로 내신은 20% 안팎, 논술 구술은 70% 안팎의 비중을 차지한다.

트라이앵글인 것은 맞지만, 정삼각형이 아니라 변의 길이가 매우 불균등한 삼각형인 것이다.

자기 입장에서 사태를 보는 것은 사람의 자연스러운 경향성이지만, 내가 논술에 종사한다고 하여 논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보면 오해이다. 오히려 반대로 기존의 수능에 치중했던 교육 종사자들이 자신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이 두려워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는 표현으로 학생들을 오도하고 있다.

다년간 입시의 최종 관문을 지키면서 관찰한 결과, 2008학년도 입시에서 수능의 비중은 절대적으로 축소된다. 이 말의 의미는 학생이 수능을 위해 할애할 시간이 적어진다는 뜻이요, 내신을 위해, 그리고 더 길게는 논술을 위해 시간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2008학년도부터 수시 모집의 비중이 전체 모집에서 50% 이상으로 크게 확대된다. 이는 수능과 거의 무관하게 대학에 가는 학생이 절반 이상이라는 뜻이다. 물론 수시모집에서는 내신과 논술 구술로 학생을 선발한다.

논술 구술을 치르는 대학이 증가하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는 대학의 수준을 재는 잣대가 논술 구술이 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논술 구술 능력은 취직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며, 따라서 취업률을 포함한 학교의 전반적 우수성을 증명하는 주요 잣대가 된다.

결국 대학의 통폐합이 화두인 이 시대에 논술 구술은 대학이 살아남을 수 있느냐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논술 구술은 세계적 화두이다. 선진국에서도 이 능력을 기르는 문제에 몰두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학생의 부담 운운하는 것은 시대착오이다.

김재인 유웨이중앙교육 오케이로직학원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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