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독으로의 길/동독총선 기민당 승리 계기로 본 “앞날”: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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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수순 빨라지는 「조기통일」/“더 늦출 필요 없다”대세 확인/사회ㆍ경제 개혁 등 강행할듯
이번 동독총선은 한마디로 콜서독총리와 조속한 통일을 바라는 동독국민들의 공동승리로 평가되고 있다.
선거전에 실시된 여러차례의 여론조사에서는 통일에 있어 신중론을 내세우는 사민당(SPD)이 압승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당초 예상을 완전히 깨고 조기통일을 내세우는 기민당(CDU)등 보수우익연합이 압승함으로써 앞으로 동ㆍ서독은 빠른 속도로 통일의 수순을 밟아 나갈 것으로 보인다.
콜총리는 라이프치히등 여섯차례에 걸친 유세에서 브란트전 서독총리등 동독 총선지원유세에 참가한 다른 어느 서독정치인 보다도 더 많은 인기를 모으고 서독에서조차 끌어모으지 못했던 청중을 동원했었다.
콜총리는 조속한 통일만이 동독의 경제적 파국위기를 구할 수 있다고 역설,동독인들의 지지를 모았다.
이번 선거결과는 콜 총리로 하여금 자신의 페이스대로 통일문제를 이끌어갈 발판을 마련해준 것과 함께 오는 12월의 서독총선에서도 승리의 가능성을 높여준 것으로 분석된다.
동독 선거기간중 일부 신중론자들은 『열차가 너무 빨리 달려 거기서 떨어져 죽는 사람들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해왔다. 그러나 동독유권자들은 조속한 통일을 선택한 셈이다.
서독의 정치분석가들은 1대1의 화폐통합과 조속한 경제 부흥등에 대한 콜의 약속이 통일이라는 대변혁을 눈앞에 둔 동독국민들의 불안을 감싸주는데 큰 설득력을 발휘했고,그것이 결국 선거막판에 부동표를 흡수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화폐통합 가속화
따라서 동ㆍ서독 양측의 집권당이 된 CDU의 과제는 이러한 동독 국민들의 기대를 과연 얼마나 현실적으로 충족시켜주고 불안을 씻어주느냐에 달려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선거결과에 따라 앞으로 구성될 동독의회는 CDU등 보수우익 지도 아래 빠른 속도로 화폐통합,경제개혁,사회구조 전환등 통일의 내부작업을 추진해나갈 것이 분명하다.
CDU가 예상과 달리 1백60석을 확보,다수당으로 등장하긴 했으나 과반수에 미치지 못해 새 의회및 정부구성시다른당과 연합,절대다수 정당을 만들수 있을는지 여부에 따라 앞으로의 정국방향은 통일 문제에서 속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CDU는 선거전에서 보수우익 공동전선을 결성했던 독일사회동맹(DSU)이나 민주주의의 출발 그룹(DA)등과는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 이번 선거의 사실상 패배자로 제2당에 머물고만 사민당(SPD)또는 자민당(LDP)등과의 연립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콜은 선거결과가 나온뒤 동ㆍ서독 텔리비전들이 공동으로 마련한 토론프로에서 『올 크리스마스에는 동독국민들도 서독마르크화로 선물을 살수 있을것』이라며 년내 통화통합과 경제통합을 시사했다.
그러나 CDU를 밀어준 동독국민들의 여론은 1대1의 통화통합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고,또 그것을 위해서는 실업대책,사회보장대책,임금문제등에 대한 대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요구하고있다. 그밖에 소유권문제나 기업의 생산성향상 문제등도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귀속방식」택할듯
이번 선거결과로 통일방식은 그동안 콜이 시사해온대로 서독헌법23조에 의한 동독의 독일연방(서독)귀속방식을 택할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졌다.
그러나 동독내 신중론자들은 경제적으로는 하루속히 원만한 통합이 이루어지길 바라지만 정치적으로 주권을 포기해가면서 까지 서독에 종속되는 비굴한 자세에는 반대하고 있다.
또한 통일후 독일의 군사적 위상문제,NATO(북대서양조약기구)냐 중립화냐 하는 문제,폴란드와의 국경문제등 통일과 관련해 외부적으로 결정돼야 할 일도 난제로 남아있다.<동베를린=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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