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반대" 투쟁에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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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개강을 맞은 대학가에 한동안 잠잠했던 시위가 본격화되고 있다.
파출소가 습격당하고 학생들을 검거하려던 경찰이 부상당하는가 하면 민자당국회의원 사무실과 노동부서울지방청에도 화염병이 날아 들었다.
15일과 16일 이틀동안 서울시내 10여개대학에서 5천여명이「민자당분쇄」「팀스피리트훈련중지」「노동운동탄압중지」등을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고 서울대·국민대에서는 경찰이 교내로 들어가 학생들을 연행하는등 벌써부터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새학기 학생운동의 초점은 ▲민자당반대 ▲민중지원 ▲학원자주화등으로 요약되고 있다.
민자당출범이란 새로운 정치구조 속에서 신학기 학생운동은 어디로 갈 것인가를 점검해본다.
◇민자당반대투쟁=금년 학생운동의 주요이슈가 민자당 반대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제4기전대협 (임시의장 송갑석 전남대총학생회장)은 지난달 24일 한양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민자당의 출범은 군부독재와 분단을 영구화 하려는 미국의 음모』라고 주장하고『1백만 청년학도는 반민주당투쟁에 총력을 기울일 것』임을 분명히했다.
이같은 입장은 현재 전대협을 주도하고 있는 민족해방파 (NL계열)와 경쟁관계인 민중민주파 (PD계열) 학생들도 마찬가지여서 반민자당을 놓고 양계열외 연합전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전민련·전노협·전대협·전교조등 재야·노동·학생단체들이 4월 정식출범시킬「국민연합」과의 관계도 학생운동의 주요변수다.
87년 민주화항쟁 과정에서는 국민운동 본부와 학생운동과의 결합이 결정적 역할을 했었다.
학생들은 일단 국민연합에 적극 참여한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전민련내의 정당참여파 탈퇴에서 보여주듯 재야운동권 내부의미묘한 갈등 때문에 얼마나 효율적인 연합관계를 맺게 될지는 미지수다.
5월 광주민주화항쟁 10주기행사를 반민자당투쟁을 위해 최대한 활용한다는 것이 학생들의 전략이다.
지금까지 서총련의장이 겸임해왔던 전대협의장직을 지방대인 전남대 송군이 맡게 된것도 이러한 배려가 깔려 있다는 것.
80년당시 가장 큰 피해자였던 전남지역 학생들을 대표하는 송군이 전체운동을 지휘하는 전대협의장이 되어 10주기행사를 주관한다는「상징성」이 시민·학생들에게 크게 어필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민중지원투쟁=지난해 각대학 총학생장선거에서 민중민주파가 크게 부상했던 점으로 미뤄 금년 학생운동에는 전노협지원과 노동악법철페, 전교조·전빈련지원등 민중지원투쟁도 커다란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민중민주파학생들은 전대협이 노학연대와 노동운동의 중요성을 무시한다고 강력히 비난해왔다.
이에 따라 전대협도 18일 전노협의「노동운동탄압 분쇄와 90년 임투승리 전진대회」에 적극 참여한다는 입장을 밝히는등 민중운동을 사안에 따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학원자주화투쟁=학교측의 일방적인 등록금인상 반대와 민주적인 총·학장선출등「학원자주화투쟁(학자투)」은 당초 전대협이 세운 중요한 투쟁사업의 하나였다.
지난해에는 학교와 총학생회가 등록금을 따로받고 총장이 성토되는등 각 대학은 1학기내내 학내문제로 진통을 겪었었다.
그러나 등록금인상 반대로 시작된 금년 학자투는 학생들이 대부분 학교측의 인상안대로 등록금을 납부해 흐지부지 돼버린 상태다.
고려대의 경우 90%의 학생들이 학교측의14%인상액대로 등록금을 납부했고 총학생회가 의견을 묻기위해 실시한·투표에서 투표율이 50%이하로 의결정족수에 미달되는등 대학마다 예년같은 열기가 없다.
따라서 4월로 넘어가면 곧바로 대사회투쟁·정치투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망=금년 학생운동은 공안정국과 정부의 주도적인 북방외교, 동구권의 민주화요구시위등 운동권측의 여러가지「악재」에도 불구하고 격렬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운동의 중심고리는 민자당 출범이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민자당에 대해『두고보자』는 유보적태도를 보였다는점을 고려할 때 금년 학생운동의 성패는 결국 이러한 시민들의 태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이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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