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이 교도인가/소년범은 사회안에서 선도가 최선(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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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 구로동 샛별룸살롱사건의 범인 김태화는 검거된 후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광주 소년원과 인천 소년교도소가 「범죄대학」 「범죄대학원」이었다고 말했었다. 범죄소년의 교도를 위한 이들 시설이 오히려 범죄를 가르쳐 주고 사회에 대한 반감을 키워주는 곳이었다는 것이다.
15일 검찰이 수사에 나선 대전 소년원 원생 고문치사사건은 김태화의 말이 단순히 범죄인의 자기변명만은 아님을 말해준다. 교도행정당국에선 이 사건이 극히 예회적인 돌발사건이라고 변명하고 싶겠지만 소년원이 원생을 온몸에 상처가 나도록 때리고 물고문까지 해 숨지게 할 수 있었다는 데서 소년원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어떠한지를 짐작하기 어럽지 않다.
비단 소년원이나 소년교도소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교도시설이 교도를 위한 장소라기 보다는 범죄를 확대 재생산하는 범죄학교라는 지적이 나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당국의 통계를 보아도 그 사실은 명백히 입증된다. 70년초에만 해도 12∼13%에 머물던 재범률은 해마다 높아져 88년의 경우 44.6%에까지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형사정책의 기조는 예나 이제나 검거­처벌­감금이란 응징차원에만 머물러 왔다. 교도소의 환경이 열악하고 그로해서 교도소가 범죄학교가 되고 있는 것도 근본적으로는 그러한 정책기조에 원인이 있는 것이다. 수감자들을 언젠가는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복귀할 대상이 아니라 죄에 대한 응징을 받고 있는 대상이라고만 보기 때문에 가혹행위도 아무런 주저없이 자행할 수 있는 것이다.
룸살롱사건의 범인 김태화의 범죄경력을 살펴본 한 검사는 『초범때 곧바로 교정시설에 격리 수용하지 않고 사회내에서 교화,선도했더라면 흉악범이 되는 것만은 막을 수 있었을는지 모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도 갖추지 못한 채 기계적으로 법을 적용하여 범죄자의 낙인을 찍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악화시키는 것이다. 가장 현실적이고도 효과적인 교도는 범죄내용이 경미한 경우에는 가능한 한 교도소에 수감하지 않는 것이다. 사회내에서의 교도를 능가할 수 있는 교도시설이나 행정이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은 우리보다 여러 면에서 여건이 좋은 선진국들에서도 입증되고 있는 사실이다.
특히 초범이나 소년범의 경우는 그러한 사회내 교도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우리나라처럼 전과자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편협되고 전과자의 사회복귀 길이 좁은 나라에서는 낙인을 찍는 일이야말로 그 사람을 영원히 범죄자로 만드는 일이다.
따라서 지난 81년부터의 「민간선도위 선도조건 기소유예」나 지난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보호관찰제도를 좀더 과감히 활용하여 「낙인」을 찍는 일을 최소화해야 한다. 학생이라면 퇴학처분에도 신중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선 퇴학 자체가 충분히 무거운 형벌일 수 있다.
죄질이 무거워 처벌이 부득이한 경우라도 소년원이나 소년교도소이전 단계인 유치장이나 구치소에서부터 「감염」을 차단할 세심한 주의없이는 교도는 기대하기 어렵다. 교도행정의 획기적 개선은 사회내에서의 선도가 가장 효과적인 것임을 인식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우리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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