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솔한 여자들의 삶 |섬세한 터치로 그려|인기리에 막내린 M-TV『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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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토록 여자들의 삶의 태도와 심리를 섬세하고 정확하게 묘사한 드라마를 본적이 없어요.』
『세 모녀가 보여주는 미묘하고 나름대로 독특한 성격을 마치 연극무대 제일 앞자리에서 수 많은 장면을 통해 감상한 기분이예요.』
『우리의 드라마 제작 현실에서 이 작품보다 더 흥미있고 세련되게 만들기 어려울 것 같아요.』 13일 절찬리에 막을 내린 MBC-TV 미니시리즈『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보아온 수많은 시청자들은 이처럼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하는 대학교수 어머니 정희, 자존심 강한 방송구성작가인 미혼의 큰딸 영건, 소박하고 진솔한 성격으로 어려서 결혼한 작은 딸 영채. 세 모녀는 각자 특이한 삶을 추구하면서도 시청자들에게 절실하게 와닿는 여자의 삶의 진실된 단면들을 보여 주었다.
영화보다 찬찬히 주인공들의 특수한 삶의 조건들을 그렸고, 연속극보다 발빠르게 이들 삶의 변화를 조명하는 미니시리즈 고유의 특성이 십분발휘됐다는 것이 제작자들의 자평이다.
깔끔하면서도 작위적이지 않은 대사들은 작가 주찬옥씨의 비밀병기였다. 또 오늘의 현실에 밀착된 에피소드들은 시청자들에게 「진정 여자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되뇌게 했다.
지난해 가을 작가 주씨와 호흡을 맞춰 미니시리즈『천사의 선택』을 제작한 황인뢰PD는이번 두번째 작품에서 여유를 가지고 만들지 못한 것을 아쉬워 한다.
『사실 처음 시작할 때는 시청률이 떨어질 것을 각오하고 여러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어요. 멕시코 빈민촌을 다룬 「산체스네 아이들」이란 작품에서 가족들의 삶이 개인적 삶과어떻게 어우러지게 되는지 배웠지요. 「산체스네…」에서와 같이 「여자는…」에서 1∼3회까지 세 모녀 각각의 삶을 다루고 4회부터 이들의 관계를 엮어가게 된거죠.』
『이 작품이 뜻밖의 성공을 거둘수 있었던데는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동시녹음이 무의식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리얼하게 다가간 것 같아요.』
황PD는 『세계 어느나라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이 우리 TV방송』이라며『TV드라마가 갖는 한계와 책임사이에 엄청난 어려움이 따랐다』고 술회한다.
『제작비와 시간·노력이 3배이상 더드는 동시녹음 작품을 아무런 준비기간도 없이 부리나케 만든 것이 오히려 발빠른 진행과 타이트한 편집을 가능케한 것 같아요.』
황PD는 이 드라마의 성공이 전혀 뜻밖이었다며 겸손해 한다.
『이제 드라마 제작 소프트웨어가 우리 고유의 것으로 정착돼야할 것입니다.』
MBC는 『여자는‥』와 아울러 직전 프로인 『마당깊은 집』이 동시녹음으로 예상밖의 성공을 거두자 첨단의 동시녹음장비를 새로 들여올 것과 조만간 두작품을 앙코르 방송할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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