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이어 은평도…공기관 분양가상승'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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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 뉴타운 1지구 공사 현장. 은평 뉴타운은 북한산국립공원.창릉천 등으로 둘러싸인 전원형 도시다.(자료사진=중앙포토)

판교신도시 중대형에 이어 은평뉴타운내 아파트 분양가격도 서울지역 공공택지의 역대 최고 수준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이에 따라 부동산시장 안정을 도모해야 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고(高) 분양가를 부추기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산하 SH공사는 이달 29일 입주자모집공고를 내고 다음달 판교 당첨자 발표일(10월12일) 직후 청약에 나설 은평뉴타운 분양가를 평당 평균 1400만원대로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2003년에 이어 2005년에도 고 분양가 논란을 일으켰던 마포구 상암동의 평당 1200만원대보다 평당 200만원 가량 비싼 것으로, SH공사가 공급한 아파트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암동 분양 당시 SH공사가 챙긴 이익은 건설원가의 40%에 달해 고 분양가 논란이 야기된 바 있다. SH공사는 특히 이번 은평뉴타운 공급 물량 가운데 최대 평수(69평형) 분양가를 주변 최고 시세보다 10~20% 이상 비싼 평당 1500만원대로 책정할 예정이어서 분양가 수준을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SH공사는 상암동보다 많은 토지보상비를 분양가 인상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즉 상암동의 경우 평당 보상비(토지비)가 400만원대였지만, 은평뉴타운은 평당 700만원대에 달한다는 것이다. SH공사 관계자는 "건축비와 함께 건설원가를 구성하는 토지비가 비싼 만큼 분양가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 공급할 4개 공구(1-A·B·C, 2-A공구)의 용적률이 148~171%인 점을 감안할 때 평당 토지비용은 410만~5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여기에 표준건축비(공공택지내 중대형 평당 372만원)와 기타 부대비용을 적용해도 평당 건설원가는 900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게 건설업계의 의견이다.

결국 SH공사는 상암동에 이어 이번 은평뉴타운에서도 30~40%에 가까운 막대한 이윤을 챙기게 되는 셈이다. 더구나 이같은 고 분양가 책정은 주변 시세를 끌어올리는 부작용으로 이어져 공공기관이 시장 불안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주공도 채권입찰제에 따른 채권매입상한액을 적용한 판교 중대형아파트의 실질 평당 분양가를 1840만원대로 책정, 논란을 빚어왔다.

경실련 시민감시국 김성달 부장은 "주공이 판교에서 이미 평당 1840만원대의 분양가를 책정한 상황에서 SH공사 만이 저렴하게 결정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공공기관이더라도 재건축과 같이 분양을 통해 얻는 이익을 공공을 위해 재투자할 수 있는 확실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환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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