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관리기구 '밥그릇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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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방재청 연내 신설을 목전에 두고 이게 웬 날벼락."(ID:이샛별), "대구지하철 사고, 소방관서에 재난관리 전권을 주지 않아서 발생했나?"(제정신)

지난 16일 차관회의에서 '소방방재청'이란 새로 발족할 정부기구의 명칭을 재검토하기로 결정한 직후부터 행정자치부 소방직과 재난.민방위 관계자들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일고 있다.

이날 차관회의는 "태풍.화재.건물 붕괴.환경사고 등을 총괄하는 기구 명칭이 재난 업무의 일부인 '소방'이란 이름을 앞세워서는 곤란하니 다시 논의하자"고 결정했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가칭 재난관리청 신설 방침을 발표한 뒤 7개월 간의 공방 끝에 소방 측의 승리(?)로 마무리되는 듯하던 분위기를 원점으로 되돌려 놓은 것이다.

결정 직후 소방공무원들은 행자부 홈페이지에 5백여건의 반박 글을 올리는 등 격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차관회의가 여론과 청와대 의견을 묵살?"(김정수), "(차관회의가) 일부 방재 공무원의 밥그릇 챙기기에 놀아났다."(이나라의 백성)

이에 한국방재협회.수자원학회.토목학회 등 방재 관련 19개 민간 학술단체들은 20일 전경련회관에서 심포지엄을 열고, "소방공무원만으로 소방청을 신설하고, 재해.재난 업무의 총괄은 행자부 내에 재난위기관리통제본부를 만들어 맡겨야 한다"는 대정부 건의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정부는 방재청.재난관리청.소방청 등을 검토하다 지난 5월 당정회의를 거쳐 소방방재청으로 확정, 입법예고했다.

그 뒤 재난.민방위 공무원들의 이의 제기가 거세지자 소방직 만으로 소방청을 독립시키고 재난.민방위 업무는 행자부에 남기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다 지난 9월 다시 최초의 입법예고안으로 돌아가 재입법예고하는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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