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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자진 사퇴하라" 열린우리 "직권상정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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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국의 시계가 멈췄다. '전효숙 인준안'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10일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 상정과 관련, 전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아니면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고 했다. 후보자 지명의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던 지금까지의 자세에서 훨씬 나아간 강력한 입장이다. 의사일정상 14일로 잡혀 있는 본회의 인준안 상정은 어림없다는 기세다.

한나라당은 한동안 '전시 작전통제권의 덫'에 빠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이었다. 전효숙 사태를 계기로 국면을 전환하고 정국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승부가 나지 않는 전작권 문제보다 두드릴수록 이익이 남는 인사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것 같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인준안의 '국회의장 직권 상정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 강행 처리→직무정지 소송? =열린우리당은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인준안 상정을 거부할 경우 민주.민노당의 협조를 얻어 인준안을 국회의장 직권으로 상정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초유의 헌재소장 공백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0일 "(사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 후보자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라며 "전 후보자가 풀지 못한다면 대통령이라도 풀어야 한다"며 오히려 열린우리당을 몰아붙였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핵심 인사는 "한나라당이 종전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직권 상정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했다. 열린우리당 국회 인사청문특위 위원 6명은 10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의 법리적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이 '직권 상정'해 통과시킬 경우 신임 헌재소장에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기 위해 한나라당은 퇴장할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은 "임명 절차가 위법인 만큼 '헌법 소원'이나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으로 맞대응할 것"(유기준 대변인)이라고 경고했다. 이렇게 되면 여야관계는 악화되고 정기국회의 파행이 오랫동안 갈 것 같다.

◆ 캐스팅 보트 쥔 야 3당=열린우리당으로선 민주.민노.국민중심당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민주.민노당 중 한 당이라도 열린우리당을 도와줘야 직권 상정이 가능하다. 현재 야 3당은 느슨한 공조체제를 유지하면서 14일 본회의에서의 열린우리당 단독처리 반대, 여야 합의처리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신용호.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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