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 증시 '1등급' 판정 받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한국 증시가 FTSE 선진국 지수에 재도전한다. 2004년 9월 대만과 함께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공식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지만 지난해엔 편입에 실패했었다. 올해 한국의 선진국 지수 편입을 결정할 FTSE의 지수구성위원회가 7일(현지시각) 개최된다. 회의 결과는 회의 후 며칠내 FTSE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다.

◆FTSE 지수가 뭐길래=FTSE 지수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와 런던증권거래소가 공동으로 설립한 FTSE 인터내셔널사가 작성, 발표하는 세계 주가지수다. FTSE 지수는 48개국 증시를 시장 지위에 따라 선진시장(24개국)과 선진 신흥시장(6개국), 2차 신흥시장(18개국) 등으로 구분한다. 한국 증시는 대만.브라질.멕시코 등과 함께 선진 신흥시장에 속해 있다.

FTSE 선진국 지수 편입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이 지수에 따라 막대한 양의 돈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FTSE 지수는 미국의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사가 작성해 발표하는 MSCI 지수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영향력이 큰 투자 지표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투자하는 유럽계 펀드들은 대부분 이 지수를 기준으로 국가별 투자 비중을 할당한다. 곧 선진국 지수 편입은 한국에 투자되는 펀드 자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증시의 핵심 변수인, 수급이 좋아질 것이라는 예고다.

◆자격은 있지만 현실은 어려워=굿모닝신한증권은 "한국 증시가 외환시장 자유화, 주식 대차거래 허용, 장외거래 등 FTSE가 제시한 조건을 대부분 충족시켰다"며 "선진국 지수 편입에 삼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증권도 선진시장 편입 요건은 대부분 충족시켰다고 평가했다.

증권가에선 그러나 선진국 지수 편입에 대해 회의적이다. 후보로 거론된 한국과 대만이 FTSE 신흥시장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양국을 합친 비중은 약 32.4%. 한국과 대만이 빠지면 신흥시장 지수 운용 자체가 어렵게 된다.

신영증권은 "한국.대만 등이 신흥시장을 이탈해 선진국 시장으로 편입될 경우 신흥시장에서 이들을 대체할 만한 국가가 없는 탓에 시장 공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선진국 지수 편입이 우리 증시가 FTSE 요구조건을 충족시켰지 여부보다는 대체시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중국 A증시'의 선진 신흥시장 편입 여부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한국 증시 재평가 기회=한국이 FTSE 선진국 지수에 들어가면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외국인의 자금이 추가로 유입될 수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최창호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73억~91억 달러 규모의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신영증권도 50억 달러 정도의 자금이 순유입될 것으로 계산했다. 많게는 9조원이 우리 증시로 흘러들어오게 된다는 얘기다. 상반기 외국인이 팔아치웠던 주식(8조원)을 모두 되살 수 있는 만큼의 돈이다.

그러나 우리 증시가 이미 선진국 대접을 받고 있기 때문에 FTSE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더라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김학균 연구원은 "글로벌펀드 내 국가별 편입 비중을 살표보면 한국은 1.6%로 9위에 해당될 정도로 이미 선진국 대접을 받고 있다"며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더라도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수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수급 측면의 효과를 놓고선 견해가 엇갈린다. 그러나 한국 증시가 저평가 논란을 씻고 재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선 의견을 같이 한다. 신영증권은 "선진국 지수 편입이 현실화되면, 주식 가치를 선진국 수준으로 맞추기 위한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