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주의자의 견해에 불과”/소 정치분석가 Z 논문 반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고르바초프 개혁정책 서방진영에 유익
지난 1월4일 뉴욕 타임스지에 소개돼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소련의 종말적 위기」라는 논문에 대한 소련측의 반박 기고문이 21일 역시 뉴욕 타임스에 게재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Z라는 미국측 익명의 기고가는 「소련의 종말적 위기」라는 논문에서 고르바초프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페레스트로이카및 소련의 장래에 관해 비관적 전망을 하면서 소련이 여전히 공산당 지배에 의한 통치를 계속하는한 그들을 지원해줄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바 있는데 소련 노보스티통신 정치분석가 블라디미르 시모노프는 21일 뉴욕 타임스 독자 투고란에 실린 서한 형식의 짤막한 논문을 통해 그같은 입장은 『극우주의와 지나치게 단순한 사고를 보여준데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시모노프는 Z의 논문을 자세히 읽어보면 소련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어 아예 역사의 저편에 묻어버리고 싶은 모양이고 서방진영 모두에 병리학자의 냉혹함을 견지하여 소련을 그대로 죽어가게 방치하도록 권유하고 있으나 서방국가 대부분은 Z의 입장과는 정반대로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가 서방진영에도 유익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Z의 논문이 미국내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대소편견,즉 소련을 아직도 악마와 같은 존재로 믿고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하고 강경 보수주의자들로 일컬어지고 있는 이들이 부시 대통령이나 베이커 국무장관등 미행정부 지도자들로 하여금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에 대한 진지한 노력을 의심토록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시모노프는 동과 서를 막론하고 민주주의라는건 문명과 보편적 인간가치의 산물이라는 인식이 점차 일반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Z는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제,민주주의라는 깃발을 어느 특정국가 게양대에만 펄럭이게 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련의 보수주의자들도 (서방의 보수주의자들이 소련을 보듯) 서구식 민주주의를 러시아 숫처녀를 유혹하는 성서의 뱀처럼 사악한 것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동서 모두 서로의 아집을 버리고 상대방을 이해의 눈으로 바라볼 것을 촉구했다.<뉴욕=연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