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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뒤 술뿌리지 마세요, 멧돼지 와요"

중앙일보

입력

앞으로 벌초나 성묘를 한 뒤에 묘소 주변에 술을 뿌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

다음달 추석을 앞두고 벌초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벌초한 묘소가 술냄새를 맡은 멧돼지떼에 의해 마구 파헤쳐지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고 5일 문화일보가 전했다. 사람보다 10배 이상 후각이 발달한 멧돼지가 벌 초 후 뿌려서 땅속으로 스며든 술냄새를 찾아 봉분을 마구 파헤친다는 게 농민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박희천 경북대 생물학과 교수는 "벌초 후 묘소가 멧돼지에 의해 훼손됐다는 문의.상담을 자주 접한다"며 "멧돼지가 봉분에 배 어서 냄새를 풍기는 알코올 성분 때문에 마구 파헤치는 것으로 최근 농촌 야산의 숲이 우거져 야생 멧돼지 개체수가 급증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경북 예천군 감천면 박모(66)씨는 지난 2일 마을 뒷산 조상묘를 찾았다가 전날 벌초한 3기의 묘소가 멧돼지떼의 습격을 받아 심하게 파헤쳐져 있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인근 소백산 자락에 묘소가 있는 김모(75)씨도 "지난해 추석 차례 후 술을 뿌렸다가 묘소 12기 중 10기가 멧돼지떼 때문에 훼손됐다"고 말했다. 대한수렵관리협회 관계자는 "잡식성인 멧돼지는 2㎞ 떨어진 거리에 서도 사람냄새를 맡을 정도로 후각이 발달됐다"며 "특히 깊은 산속일수록 묘소에 술을 뿌리는 것은 멧돼지를 부르는 것과 같다 "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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