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시각장애인 밴드 대학가요제에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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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대학가요제 본선에 진출한 한국재활복지대 그룹 'Z'. [연합뉴스]

"대학가요제에 나가고 싶어 대학을 갔다"는 장애인 두 명의 꿈이 이뤄졌다. 올해로 30회를 맞는 'MBC 대학가요제' 본선에 처음으로 출전한다. 한국재활복지대학 멀티미디어음악과 학생들이 결성한 밴드 'Z'의 멤버인 홍득길(25.1급 시각장애)씨와 이민호(24.2급 지체장애)씨다.

7명으로 구성된 밴드에서 드럼 연주와 보컬을 맡았다.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야가 재학 중인 한국재활복지대학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져 교육을 받자는 취지로 세워진 대학. 장애인 학생이 60%를 차지한다.

선천적 시각장애인인 홍씨는 2002년 아시아.태평양 장애인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높이뛰기 선수 출신. "'넘고 싶은 건 1m63㎝의 높이가 아니라 장애를 바라보는 세상의 편견"이라는 모 기업 광고에도 출연했다. 그러나 드럼의 매력에 푹 빠진 홍씨는 침술과 안마로 과외비를 벌어가며 드럼을 배웠다. 홍씨는 "대학가요제에 나가는 우리 모습을 보고 장애인도 음악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고 여겼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습벌레'로 통하는 홍씨는 "이제 드럼이 내 몸 같다"고 표현했다. 악보와 드럼 위치가 고스란히 머릿속에 들어가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연주를 해낼 수 있다고 한다.

이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근육장애가 발병해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야 한다. 그는 "밴드 이름을 제일 마지막 알파벳 'Z'로 지은 까닭도 끝까지 남아 음악을 하자는 뜻"이라며 "앞으로 영상음악 작곡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근육장애가 현재도 진행 중이라 재활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한다. 그래도 자신의 특기인 건반악기와 보컬 연습은 게을리하지 않는다. 비장애인인 다른 멤버, 유승현(기타).서동철(기타).신동민(베이스).서민경(건반).김다솔(보컬)씨도 이들의 장애를 특별하게 여기지 않는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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