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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명문’향토를 빛내는 우량 스포츠팀(9)|백제여상 핸드볼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승달산(승달산) 동학(동학)골에는 일찌감치 어둠이 내린다.
발아래 저만치 마을에는 아직 햇빛이 눈부신데 좌우로 산자락을 두르고 앉은 북향받이 백제여상(백제여상)교정은 산그늘로 뒤덮이고 간간이 낭자들의 고함소리만 바람을 타고 빈 운동장을 내딛는다.
요오잇-, 요잇.
전남 무안군 무안읍 성남리19의 8만여평에 자리한 백제여상 왼편 산자락을 깎아 지은 체육관겸 강당인 금운관(금운관)에서 울려나오는 소리다.
이곳이 올림픽사상 구기종목 최초의 금메달을 한국에 안겨준 여자핸드볼우승 3주역을 배출한 곳이다.
서울올림픽 우승의 주역인 김현미(김현미·23·초당약품) 김명순(김명순·26) 김춘례(김춘례·24·이상 은퇴)트리오가 액자속의 사진으로 남아 자랑스러운 영팡의 얼굴로 후배들을 지켜보고 있다.
백제여상은 지난 80년 설립자 김기운(김기운·백제약품 및 초당약품회장)이사장의 뜻에 따라 개교와 동시 핸드볼팀을 창단했다.
당시 초대감독 곽성구씨(곽성구)는 자신이 몸담아 가르치던 무안 해광여중(현 해제여중) 출신 김명순 조화선(조화선·전국가대표) 강숙(강숙·LA은메달리스트) 강인금(강인금·전국가대표) 김영희(김영희·전국가대표GK) 등을 받아들여 팀을 창단하게 된 것이다.
승달산 능선을 따라 학교를 일주하는 천혜의 3km크로스컨트리코스와 본관에서 운동장으로 내러가는 40계단이 이들에겐 곧 체력훈련장으로 안성맞춤이 되었다.
팀창단 한달만에 출전한 제10회 회장기쟁탈 전국핸드볼대회 3위입상은 백제여상핸드볼팀의 승승장구를 예고하는 서곡이었다.
이듬해인 81년부터 전국을 제패하기 시작, 백제여상은 불과 9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6회의 전국규모대회 우승을 포함한 19회의 입상경력과 함께 15명의 국가대표 및 상비군선수를 배출해냈다.
현 국가대표인 이종심(이종심·21·초당약품) 장리라(장리라·21·한체대)를 비롯, 재학생이면서 상비군대표 GK인 문향자(문향자·18·3년), 국제체육기자연맹(AIPS)이 선정한 88세계최우수선수 김현미, 전주니어대표 GK였던 김현미의 친동생 김선미(김선미·22·초당약품)등 LA올림픽, 86·88 양대회를 통해 이름만 들어도 금방알수 있는 한국여자핸드볼의 간판들을 키워낸 것이다.
현재 백제여상의 선수는 문향자와 1년생 왼손잡이골게터 주영숙(주영숙·16·1m72㎝)을 비롯, 13명.
이들은 선배언니들이 쌓아놓은 전통의 맥을 잇기 위해 하루 6시간의 강훈을 마다하지 않고 비지땀을 쏟고 있다.
그러나 그 자신이 뉴델리아시안게임 대표선수였던 최정호(최정호·29·조선대졸)감독은 최근들어 점점 어려운 일들이 많아져 걱정이 태산같다.
그나마 선수들을 스카우트해오던 광주직할시와 전남이 분리되는 바람에 여중팀이 하나도 없는 전남유일의 여고팀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최감독은 봄·가을이면 각지역의 중학교체육대회·군민체육대회등을 기웃거리며 육상·배구·농구등 타종목의 후보선수들을 대상으로 재목찾기여행을 다녀야만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최감독의 표정은 결코 어둡지 않다.
염성철(염성철)교강실에 핸드볼에 관한 모든 기사의 스크랩이 비치되어 있을 만큼 「핸드볼은 우리의 것」이라는 다짐이 일반학생은 물론 교직원·재단관계자등 모든이의 가슴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인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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