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집 눌러앉기' 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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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한 부동산중개업소의 관계자가 전세물건 안내판을 내걸고 있다.(자료사진=중앙포토)

지난 3월 판교신도시 중소형 분양 주택에 청약했다 떨어진 주부 김모씨(41). 그는 주택 구입을 미루고 현재 살고 있는 분당의 전셋집에 계속 눌러앉기로 했다.

김씨는 "청약 제도가 개편되면서 무주택자에게 유리해지고 있는데다, 기존 집값도 내림세여서 주택 매입 시기를 좀 더 늦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가을 이사철에 접어들면서 문의가 증가하는 등 전세가격이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매물이 없어 거래는 순조롭지 못하다. 기존 세입자들이 전세기간 만료 뒤 재계약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

시흥시 정왕동 부성부동산 관계자는 "세입자의 재계약 등으로 매물이 부족해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면서 "인근 부성파스텔 23평형 전셋값은 7000만 ̄7500만원으로 1년전에 비해 1000만원 이상 뛰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의 이른바 '아파트값 거품' 경고 이후 택구입자들의 관망세가 뚜렷해지고 있는데다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억제까지 겹쳐 주택매입수요가 전세수요로 대체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스피드뱅크 김은진 시황분석팀장은 "연말 양도세 회피용 급매물을 예상하는데다 하반기에 공공택지나 신도시 분양물량이 대거 대기하고 있다"면서 "무주택자들이 이런 이유로 집을 성급히 사기보다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올 하반기부터 은평뉴타운을 비롯해 파주신도시 성남도촌 의왕청계지구, 구성지구, 김포 장기신도시 등 굵직한 택지지구 분양단지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바뀌는 청약제도도 무주택자를 느긋하게 만들고 있다. 오는 2008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새 청약제도에 따르면 무주택 기간이 길수록 가산점을 받아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

전셋집 눌러앉기 현상이 나타나면서 최근 전세가 상승률이 매매가 상승률을 웃도는 등 전세가격이 뛰고 있다. 스피드뱅크가 최근 2개월간 서울 아파트 매매 및 전세가 변동률을 비교한 결과 지난 1일 전세가는 지난 두달전에 비해 0.61% 상승해 같은 기간 매매가 상승률(0.53%)에 비해 높았다.

반포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매가가 주춤하면 전세가가 급등하고, 전세가가 주춤하면 매매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이번에도 예외없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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