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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안보 「제목소리」 찾았다/양국 국방장관 회담이 남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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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상징적 의미깊은 작전권 이양/방위비 분담규모 숙제로 남아
한국의 입장에서는 이번 한미 국방장관회담 결과에 대해 대체로 성공적인 것이라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이번 회담을 통해 한국측이 얻은 것은 무엇보다 주권국가로서의 자신감 회복이다.
한국은 그동안 한미관계,그중에서도 특히 군사분야에서는 주한미군의 존재기원에서 비롯된 일방적인 피수혜자란 고정관념에 얽매여 때로는 미국측의 다소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도 어쩔수 없이 받아들였던 자세에 반해 이번에는 주한미군 감축이나 방위비 분담문제등에 대해 상당부분 「제목소리」를 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자국의 재정적자에 대한 압박을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와 연계시켜 자국언론과 의회등 각종 채널을 동원해 한국측에 방위비 분담증대요구를 「과도한」 정도로 관철시키려 한 데 대해 한국측에서 『우리도 국회가 있다』며 『국회와 협의해 최대한 반영시키겠다』고 버틴 점에서도 이같은 한국측의 입장변화를 읽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체니장관과 만난 노태우대통령이나 이상훈국방장관이 주한미군의 감축요구를 일정한 범위내에서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임으로써 미국측이 그동안 사용해온 「전가의 보도」를 무디게 한 셈이다.
이같은 대응자세로 한국은 93년까지 주한미군 비전투요원 5천명 축소론을 『양측이 충분히 사전협의해 단계적으로 철수한다』는 합의를 얻어낼 수 있었다.
또 미측의 연간 6억8천만달러 수준 방위비 분담증액 요구도 근로자보험료와 퇴직금등 연간 8백만달러정도의 추가부담 수용의사를 내세워 추후로 미룬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이와함께 이번 회담에서 한국이 거둔 성과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한국군에 대한 평시작전권 이양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다. 한국에서 미군의 역할을 「주도적」인 데서 「지원적」으로 바꾸는 것으로 표현된 평시작전권 이양합의는 아직 구체적인 조치내용은 없지만 실로 40년 만의 방향전환 모색이라 아니할 수 없다는 것이 국민간의 일반적 견해다.
▷주한미군 감축◁
양국은 한반도에서 북한의 위협이 계속되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당분간 주한미군의 완전철수나 전투요원의 규모축소는 없을 것이라는 데 합의했다.
일부에서는 미측이 93년까지 비전투요원 5천명을 감축시킬 뜻을 분명히한 데 대해 『이는 미국의 각본대로 주한미군 감축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 관계자중 대부분의 군사전문가들은 현 수준에서 비전투요원 5천명을 줄이는 것은 그동안 자연증가분에 대한 경감조치일 뿐 엄밀한 의미에서 감축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들의 논리는 현 수준에서 5천명을 뺀 3만8천명 규모가 한반도내에서의 전쟁억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단위이며 이는 대소전략상 동북아에서의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도 반드시 남아 있을 것이라는 데 두고 있다.
따라서 이번 합의가 한시적이고 유보적인 것은 미국측이 주한미군의 경제적 운용에 따르는 조치를 대내적으로는 의회압력을 무마하고 한국측에 대해서는 방위비 분담증액을 위한 압력수단으로 사용키 위한 제스처일 뿐이라는 것이다.
▷방위비분담◁
미국측이 이번 회담을 통해 실질적으로 노린 문제로 구체적인 분담액 규모는 예상대로 결정되지 않았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측은 일본과 서독의 예를 들어 한국측이 직접지원비 3억달러에다 주한미군에 종사하는 한국인 근로자 급료 3억8천만달러를 합친 연간 6억8천만달러로 직접 방위비 분담규모를 늘려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측은 주한미군 철수시 예상되는 엄청난 군사력 건설비 소요를 감안,비교우위가 확보되는 선에서 분담금증액을 수용키로 하고 주한미군 근로자들의 연간 의료보험료 5백만달러와 퇴직금 3백만달러등 연간 8백만달러의 추가부담을 제시,합의를 보지 못했다.
▷작전권 이양문제◁
이번 회담에서 평시에 한해 한국측에 이양하는 것에 대해 양국간 원칙적인 합의를 했다.
평시작전권 이양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로서는 한미 야전사를 폐쇄하고 현재 메네트리 주한미사령관이 겸하고 있는 한미연합사의 지상군구성군사령관과 군사정전위 수석대표를 한국측 장성이 맡도록 하는 것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 중에서 특히 지상군구성군사령관 임명문제를 한국측이 맡게 될 경우 주한미군이 가지는 「인계철선」기능의 핵심인 미 보병 2사단에 대한 작전통제로까지 연결되고 군사정전위 수석대표의 한국측 담당은 한국이 휴전당사자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는 것으로 상당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문제들이다.
▷용산기지이전◁
주한미군의 안정적인 주둔여건보장및 도심지내 군부대에 대한 교외이전사업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양국은 이달중으로 실무협의를 위한 기획단을 만들어 3월말까지 양국의 국방당국간 기본 합의각서를 체결키로 했다. 이 각서가 체결되면 우선 올해안에 기지골프장을 폐쇄하는 대신 미측은 이미 한국측이 마련해 놓은 남성대 골프장을 사용케 된다.
용산기지 이전은 90년대 중반까지 완료한다는 목표로 양국간에 추진중인데 주한미군 감축이 있을 경우 기지규모를 줄이는등 변화요인을 이전계획에 반영키로 합의했다.<이만훈기자>
◇한ㆍ미 국방장관회담 합의내용
●주한미군 추가감축
­미국측 :93년까지 5천명 추가감축
­한국측 :전투력 손상없는 범위에서 비전투원의 점진적,단계적 감축 수용 고려
­합의내용:ㆍ북한 위협상존으로 단기간내 전투병력 감축등 급격한 변화 무
ㆍ4인위원회 운영
●방위비 분담
­미국측 :현행 직접지원비 3억달러외에 주한미군 종사 한국인 근로자 급료 3억6천만달러 추가부담등 직접지원비를 연간 6억8천만달러로 증액
­한국측 :ㆍ주한미군 종사 한국인 근로자 의료보험및 퇴직금등 연간 8백만달러 추가지급
ㆍ능력범위내에서 점진적 증액 용의
­합의내용:추후계속 논의
●작전권 이양
­미국측 :주한미군의 역할을 「주도적」에서 「지원적」으로
­한국측 :ㆍ미국측 제의에 동의
ㆍ평시작전권 요구
­합의내용:군사위원회등에서 연합사 지상군구성군 사령관및 정전위 수석대표 한국장성으로 교체등 협의
●용산기지 이전
­미국측 :이전수송비+토지+기지부동산 현시가 반영 보상
­한국측 :이전수송비 부담+토지
­합의내용:ㆍ2월중 실무기획단 구성
ㆍ3월중 기본합의각서 체결,연내 기지골프장 폐쇄,남성대골프장 사용
◎한미 국방 회견(요지)/미군역할 「주도」서 「지원」으로 변경 한/안보위험 있는 한 추가 철수 없어 미
다음은 이상훈국방장관과 체니 미국방장관과의 일문일답.
­이번 회담에서 작전권 이양문제등 한미 연합지휘체제의 변화에 관한 협의가 있었나.
▲이=미측에서 주한미군의 담당역할을 주도적에서 지원적으로 변경할 것을 제의해 찬성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만 동의했을 뿐 한미 야전사의 해체나 지상군구성군사령관ㆍ군사정전위 협상대표 등을 한국장성으로 교체하는등의 문제등 구체적인 사항들에 대해서는 앞으로 한미간 최고군사실무자간에 협의를 더 거쳐 조정키로 했다.
▲체니=이장관이 답변 잘했다.
­주한미군 감축논의가 북한의 가시적 긴장완화조치를 요구키 위한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주한미군 철수를 북한의 군축에 대한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인가.
▲체니=미국은 긴장완화를 위해 어떤 조치도 할 것이다.
한국에 위협이 존재하는 한,그리고 한국민이 원하는 한 주한미군은 주둔할 것이다.
한국의 안보는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에서 양국의 이익을 지키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장관은 주한미군 감축에 대해 점진적이라고 하고,체니장관은 갑작스런 감축이 없다고 했는데 이는 갑작스런 방위비 증가를 뜻하는가.
▲이=전투요원이 아닌 지원병력중에서 전투력에 손상이 없는 범위내에서 주한미군을 감축할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 뿐이지 당장 3천명이니 5천명이니를 줄이겠다는 것이 아니다.
▲체니=미국은 주한미군을 포함해 전세계 해외주둔군에 대한 조정노력을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에 대해서도 규모 축소를 의미한다. 이것은 미 의회의 요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는 한국만이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며 조심스럽게 주변여건과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공약 준수등을 고려해 취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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