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명문’ 향토를 빛내는 우량 스포츠팀(8)|서일고 양궁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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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일발필중.』
대전 유성구 원내동에 자리잡은 서일고(서일고)양궁선수들의 야무진 함성이 계룡산줄기 구봉산 기슭에 메아리친다.
『준비, 조준』 『준비, 조준』….
파카차림을 한 김대원(김대원·26) 코치의 구령소리에 따라 반복되는 지루한 준비자세 훈련.
30여분동안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주장 박좌진(박좌진·2년)은 『충남 제일의 양궁명문이란 자부심속에 힘든 훈련을 이겨내고 있다』면서 『기필코 태극마크를 달겠다』고 기염을 토한다.
서일고 양궁팀은 지난 83년 2명의 남자선수로 출범한 이후 6년 동안 국내대회에서 여섯차례나 정상을 차지하는 등 일약 명문으로 발돋움했다.
충남에서 선발팀인 대전 체고·병천고의 위세에 가려 있었으나 학교측의 적극적인 지원사격에 힘입어 현재는 충남양궁의 대들보들을 배출하는 스타 산실로 자리잡은 것이다.
지난84년 남녀공학이었던 서일상고에 남녀 양궁팀이 창단됐고 87년 상고에서 인문고로 바뀌며 남자팀만 운영,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서일고 양궁팀의 등록상표라 할 석봉양궁장이 국내고교팀에서는 처음 87년 개장, 이제는 양궁이 교기(교기)가 되다시피 했다.
서일고 양궁팀은 창단 이듬해인 84년8월 제5회 화랑기쟁탈 시·도대항에서 여고단체 2위를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후 매년 전국규모대회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던 서일고는 대표상비군으로 선발된 김이현 (김이현·한체대)과 국가대표 이애이(이애이·여·대전시청)등 걸출한 스타의 등장으로 3년 전부터 전국무대를 휩쓸기 시작했다.
88년4월 제22회 전국남녀종별선수권대회 남고단체우승을 필두로 전국대회를 여섯차례나 제패했는가 하면 도(도)주최 대회 역시 여섯차례 정상에 올라 충남최고 양궁명문고로서의 위치를 굳혔다.
특히 김이현은 86년11월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전지훈련때 실내경기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후 87년11월 프랑스 주니어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유망주로 등장, 2년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일고가 양궁명문으로 발돋움하기까지에는 숱한 에피소드가 있다.
국궁에 심취했던 염종건(염종건·69) 이사장의 남다른 관심과 정열, 그리고 학생들의 뜨거운 열의를 빼놓을 수 없다. 학생들은 학생회주관으로 후원회를 구성, 쌀을 모아 양궁팀을 뒷바라지하기도 했다.
또 월2∼4회 자체 기록을 평가·분석하고 컨디션유지 상태·심박수 측정을 매일 실시하는등 고교팀으로는 처음으로 과학적 훈련을 시도했다.
무명팀이 전국제패를 이루기까지에는 이같은 숨은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
현재 15명으로 구성된 양궁팀의 최고기대주 주완용(주완용·1년)은 『양창훈(양창훈) 선배 같은 훌륭한 선수가 되어 바르셀로나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힌다.
창단 이후 서일고는 남49·여18명등 모두 67명의 선수를 배출했다.
그러나 서일고 양궁팀은 비인기종목이라는 핸디캡으로 팀 운영이 순탄치만은 않다.
대학진학과 취업문제의 어러움이 얽혀있는 데다 대전이 충남에서 분리되면서 선수확보도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전광운(전광운·31) 감독은 『대전에 중학 양궁팀이 한곳에 불과, 올해 스카우트는 엄두도 못 냈다』며 앞으로 팀 운영이 쉽지 않게 됐다고 하소연한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서일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므로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방원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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