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피 못잡는 「도깨비불」(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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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3일 오후5시 치안본부 6층 회의실. 이강년 3차장 주재로 장장 3시간동안 계속된 「도깨비」방화 수사회의는 시종일관 무거운 침묵속에 진행됐다.
『사회불안을 노리는 2∼3인조 그룹이 기동력을 갖추고 불을 지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불도깨비」의 방문(?)이 비교적 잦았던 청량리ㆍ성북ㆍ성동ㆍ마포ㆍ태릉시의 형사과장ㆍ정보2계장들이 머리를 맞댔으나 상식적인 추론만 무성할뿐 수사를 급진전시킬 묘책은 없었다.
『방화사건이 터진후 며칠 지나서야 범인이 솔벤트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만큼 과학적인 현장수사가 소홀했습니다.』
여론의 따가운 비난을 의식한듯 『과학적 수사를 주장하면서 비과학적 수사에만 매달렸다』는 자기반성의 지적도 뒤따랐다.
얼굴없는 방화범과 씨름한지 열흘. 매일밤 서울시경산하 2만5천여 병력이 투입돼 방화망을 펴고 있으나 바람처럼 빠져나가는 범인. 14일밤부터는 급기야 5백여 헌병과 2천여 방위병까지 동원됐으나 수사는 오리무중이다.
『1개파출소 구역에 주택은 2천∼5천가구나 됩니다. 15∼16명의 경찰력으로 완벽한 경비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14일 밤을 꼬박 뜬눈으로 지새웠으나 또다시 2건의 방화습격을 받은 마포서 한간부의 하소연이 일선경찰서간부의 고민을 대변하는 듯했다.
묘책 없는 치안본부수사회의. 경찰수사력의 한계는 이제 도깨비방화범검거를 위해서는 시민이 일어서야 할 시간이 다가왔음을 느끼게했다.<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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