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단일화 통독의 첫 걸음/파산위기 동독경제 살리는 처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서독도 부작용 커 성사까진 험로
동ㆍ서독은 13일 서독 본에서 열린 양독정상회담에서 양독통화단일화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 업무를 협의하기 위한 합동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함으로써 동ㆍ서독 마르크화의 「단일통화」 실현에 첫발을 내디뎠다.
통독을 향한 첫걸음으로 평가되는 양독통화 단일화조치는 지금까지 그 전례가 없었던 것인만큼 넘어야할 고비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독일인들은 이처럼 어려운 문제도 통독의 실현이라는 민족사적 명제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할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원칙적으로 말하자면 통화단일화,즉 경제적통일에 앞서 정치적통일이 먼저 있어야 할 것이다.
다시말해 정치적통일에 앞선 경제적통일은 마치 마차에서 말앞에 수레를 놓는 격으로 그만큼 부작용과 어려움도 큰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독일,특히 동독의 경제상황은 본말을 바꿔 처리하지 않으면 안될만큼 급박하다. 서독정부소식통은 동독경제가 『수일내에 파산할지 모른다』고 극단적인 전망을 내릴만큼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심각한 것은 동독인들의 서독이주가 최근에도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34만4천여명의 동독인이 서독으로 넘어온데 이어 금년들어서도 매일 3천명 가까운 숫자가 서독으로 넘어와 지난 6주동안 8만5천명이 서독으로 넘어온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동독은 극심한 인력부족으로 산업전체가 사실상 마비상태다.
이같은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은 동독에 대규모 경제원조를 제공함으로써 파탄에 빠진 동독경제를 되살리거나,아니면 동독을 서독의 경제권에 편입시키는 방법뿐이다.
이 두가지 방법중에서 동독은 전자를 주장,서독에 1백억∼1백50억마르크의 대규모 경제원조를 요구했으며,서독은 통화단일화를 통한 경제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서독으로선 장래를 기약할수 없는 현모트로프 동독정권에 거액의 경제원조를 주느니보다 차제에 얼마간 무리가 있더라도 동서독 단일통화제를 채택,궁극적으로 통독으로 가는길을 앞당긴다는 생각인것같다.
통화단일화가 이뤄지면 동독인들은 새 화폐로 서독인들과 똑같은 물건을 구입할수 있게 될뿐아니라 동독에 대한 서방측 투자가 활성화돼 동독경제가 다시 회복,서독으로의 대량이주 물결이 잠잠해질 것으로 서독측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급격한 통화단일화에 따른 부작용도 없지 않다. 통화단일화가 이뤄지면 동독정부는 식품ㆍ주택등에 대한 정부보조금 폐지,소비재에 대한 세금부과,사유재산 인정,기업설립자유화,외국기업의 투자허용등 대대적인 경제개혁조치를 취하지 않을수 없다.
이럴 경우 단기적으로 실업자 양산,물가고등 경제대혼란이 올것으로 예상된다. 뿐만아니라 더욱 중요한 것은 동독경제가 서독경제에 완전 흡수되는 상황이 됨으로써 동독의 독자성이 완전 무시된채 서독에 합병되는 형태의 통독이 전개되리라는 것이다.
한편 서독으로서도 통화단일화로 안게될 부담은 상당히 크다. 통화증발에 따른 물가고ㆍ세금증가ㆍ재정적자ㆍ마르크화가치 하락등 큰 후유증을 치르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통화단일화가 당장 실현될것같지는 않다. 현재의 동독정부는 오는 3월18일 자유총선때까지 잠정적으로 집권한 과도정부이므로 현재로선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그렇지만 동독인들 대다수가 통화단일화에 찬성하고 있어 지금으로선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정우량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