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NIE] '된장녀 논란' 통해 본 청소년 소비문화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여름내 인터넷을 달궜던 '된장녀' 논란이 오프라인으로 번져 남녀 성 대결 양상까지 보이며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된장녀 논란의 배경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청소년의 바람직한 소비 문화를 공부한다.

◆ 된장녀란=된장녀의 개념은 뚜렷하지 않다. 지금까지 논란의 핵심을 정리하면'외국 고급 명품이나 문화를 좇아 허영심이 가득 찬 삶으로 일관해 한국 여성의 정체성을 잃은 여자'로 풀이된다.

된장녀 논란은 4월 인터넷의 한 포털 사이트 여성 게시판에 어느 네티즌이 '된장녀의 하루'라는 글을 올리며 비롯됐다.

이 글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고가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외국계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스포츠센터에서 헬스를 하며 자신을 '뉴요커'(뉴욕 시민) 스타일로 여긴다. 또 아버지에게 용돈을 받고 복학생에게서는 점심을 얻어먹는 등 경제적 능력이 없다.

그 뒤 된장녀는 인터넷에서 빠르게 번졌으며, 이에 대응하는'고추장남'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300원을 아끼기 위해 마을버스를 타고, 구내 식당에 갈 돈이 아까워 학교 밖 편의점을 이용하는 등 '궁상을 떠는 남학생'을 가리키는 말이다.

된장녀 논란은 비난의 대상이 여성인 점 때문에 남녀 성 대결로 치닫기까지 했다.

◆ 된장녀 논란의 쟁점=인터넷에서 논란이 됐던'~녀'가 사회적으로 관심을 끌었던 사건은 된장녀 이전에도 많다.

지난해 뜨거운 감자였던 '개똥녀'(지하철에 데리고 탄 애완견의 오물을 치우지 않고 내린 여성)를 포함해 '떨녀'(한 여성이 춤추는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오며 유래)와 독일 월드컵 때 만들어진 '엘프녀'(길거리 응원 때 깜찍한 외모로 주목을 받음) 등 끊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일부에선 "남성 중심의 인터넷 문화가 공격할 거리를 찾은 셈"이라며"'~녀'는 여성에 대한 무시와 희화화가 바탕에 깔려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된장녀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는 "외국계 커피 전문점과 패밀리 레스토랑 등 소비력이 강한 서구 문화에 대한 반발을 젊은 여성에게 투영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다른 해석도 있다. 연세대 황상민(심리학과) 교수는 "테이크 아웃 커피를 즐기고, 외국 브랜드 옷을 사는 등의 행태는 개인의 취향과 문화적 선택이다. 된장녀 논쟁은 우리 사회에서 나와 다른 라이프 스타일이나 소비 행동에 대한 배타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현상"이라고 밝혔다.

◆ 우리 소비의 문제점=여성 비하 문제를 빼면 네티즌이 비판하는 된장녀의 이미지는 우리의 과시적 사치성 소비문화와 맞닿아 있다. 경제의 기본인 수요.공급의 법칙에서 벗어나 값이 비쌀수록 더 잘 팔린다(베블런 효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의 명품 열기는 유난스럽다.

그래서 물건의 효용성보다는 자신을 내보이기 위한 사치성 소비가 많아져 경제적 여유는 없지만 값비싼 제품을 사는 사람이 늘고 있다.

또 진짜 명품을 사기 어려울 경우 '짝퉁'(모조품)이라도 사 대리 만족을 느끼려고 한다. 중앙대 신광영(사회학) 교수는 "명품 하나쯤 있어야 체면이 선다는 과대 포장 문화가 최근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며 "명품 소비가 일부 부유층에만 국한돼 있는 유럽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기형적인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과시적 소비는 제품의 기능성보다는 겉모습이나 유명 브랜드에 집착해 과도한 지출은 물론 쇼핑 중독증까지 부를 수 있다. 명품에 대한 어른의 바람직하지 못한 소비 성향은 청소년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어릴 적부터 불합리한 어른들의 소비 행태를 보고 자랄 경우 성인이 돼서도 합리적인 소비를 하지 못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면='부가가치를 자랑스럽게 깨달은 사람들(Proud Realisers of Added Value)'이란 뜻의 '프라브(PRAV)'족이 최근 등장했다.

명품 브랜드처럼 비싸지는 않더라도 질 좋은 상품이나 나름의 가치 있는 중고품을 찾는 사람들이다. 돈보다는 우수한 안목을 소비의 가치 기준으로 삼는 성향이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바람직한 소비를 하려면 남에게 보이려는 욕구보다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의 쓸모를 생각해 소비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충고한다. 개인의 취향은 반영하되 충동구매를 자제하고, 합리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실천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건을 살 때 구매 목록을 작성하고, 상품의 종류와 품질.가격 등을 꼼꼼히 비교해 보는 일 등이 이에 해당한다. 어려서부터 용돈 기입장을 작성해 자신의 소비 성향을 살펴보고, 지출 계획을 세우는 일도 합리적인 소비생활의 바탕이 된다.

이태종 NIE 전문기자, 조종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