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폐ㆍ축소 조작이 “고질병”/연쇄강도사건 수사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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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경찰,문책우려 상부보고도 안해
서울도심에서 한달새 5건이나 발생한 미장원 연쇄강도사건은 관할 경찰서가 문책을 두려워한 나머지 상부보고조차 하지않고 은폐,잇따라 범행을 자초한 셈이돼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경찰수뇌부는 9일 이번 사건을 놓고 지난달 7일 서울 충무로1가 송영숙미용실에서 최초 사건이 발생했을 때 공개수사를 벌였으면 제2,제3의 범행은 막을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앞으로 이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위해 대대적인 「사례교육」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경찰내부에서는 그동안 강력사건이 발생할 경우 관할서장과 담당간부들이 문책 당하는 것이 상례로 되어 왔으나 비교적 가벼웠던 것이 사실.
그러나 민생치안을 강조해온 김우현치안본부장이 지난해 『강력사건 발생때 관할서 지휘관은 엄중징계한다』는 강력한 의지표명을 한뒤 첫 케이스로 지난해 연말 10대 떼강도사건이 발생한 서울 성동서 범희천서장이 경고조치당한 이후 일선서에서는 사건발생 자체를 숨기기에 급급해온 인상을 줘왔다.
서울 중부서는 7일 첫 미장원강도사건이 터지자 간부회의를 갖고 『방범비상령 기간중이니 상부에 보고하지 않는것이 좋겠다』고 어이없는 담합(?)을 한 것으로 밝혀져 경찰간부들이 범인검거 등 치안확보문제보다 문책회피에 급급한 평소의 태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중부서는 또 지난달 24일 똑같은 유형의 강도사건이 부근 명동 나경자미용실에서 발생했을 때도 「구정전 비상근무」기간인 점을 들어 사실을 숨긴채 형사2개반 10여명을 동원,명동일대의 미장원을 상대로 잠복 및 근무만을 해왔다.
결국 범인들은 보름만인 6일 부근 명동 엘랭미용실에 또다시 찾아가 대담하게 가스총까지 이용한 범행을 저질렀으며 이같은 경찰의 소극적 근무태도를 비웃기라도 하듯 한시간여 뒤 종로까지 가 서울미용실 강도까지 벌였다.
경찰이 「범죄예방과 범인검거」라는 기본임무수행에 역점을 두었더라면 최초 사건발생때부터 공개수사를 벌여 공조수사체제가 확보돼 이같은 연쇄범행을 충분히 막을수 있었으며 활개를 치고다니는 범인들을 일찍 검거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 서울 마포서도 지난달 24일 명동에 이어 관할 대흥동에서 2시간쯤 뒤 동일범에 의한 미장원강도사건이 발생했으나 「문책회피」라는 똑같은 이유로 상부보고를 하지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경찰들의 「무사안일적」태도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은 일반시민들.
특히 6일 명동 엘랭미용실 강도사건 발생때에는 같은 시간 서총련소속 대학생들의 보수대연합규탄 기습시위 첩보에 따라 전경 3개중대 4백50여명과 사복경찰들이 미장원에서 불과 10m 떨어진 제일백화점 등 일대에 깔려 검문검색을 벌였으나 강탈한 금품을 가죽가방에 넣어 현장을 빠져나간 범인들을 붙잡지 못했다.
결국 징계를 두려워하는 경찰의 근무태도가 이같은 범행이 계속 터지게 한 주원인인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경찰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달라져야 한다는 자성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김석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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