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슈메이커 「기수41년」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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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 경마계의 전설적인 영웅 빌 슈메이커(58)가 지난3일 산타 애니타경마를 끝으로 41년간의 현역기수(기수) 생활을 마감했다.
이날 슈메이커는 자신의 은퇴기념경마에 애마 패치그라운드포그를 타고 출전, 4위에 그쳤으나 6만여 관중들은 그의 애칭 『슈!』를 연호하며 떠나는 노병을 아쉬워했다.
49년 기수로서 첫발을 내디딘 슈메이커는 매년 새로운 기록으로 미국경마역사를 새로이 써왔다.
미국3대경마로 꼽히는 켄터키 더비, 프리크닉스, 벨몬트 스테이크스경마에서 각각 4, 2, 5차례 우승한 것을 비롯, 이제껏 모두 4만3백50회의 경주에 출전해 모두 8건 8백33회 우승이란 대기록을 세웠다.
특히 86년엔 54세 노령으로 켄터키 더비에서 우승,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상금으로만 1억달러이상(1억2천3백만달러)을 번 최초의 기수이기도 한 그는 하루 여섯차례 경주에 출전, 여섯번 모두 우승하는등 숱한 일화를 남겼다.
그의 출생 또한 기록못지 않게 드러매틱하다.
31년 텍사스주의 한 작은마을에서 팔삭둥이로 태어난 슈메이커는 출생당시 l·1kg밖에 되지 않는 미숙아로 부모들은 그를 따뜻하게 키우기위해 구두상자안에 넣어 화덕위에 올려 놓곤했다 한다.
그의 성(성)이 「구두 만드는 사람」 이란 뜻의 「슈메이커(Shoemaker)」인 것과 우연히도 관련된다. 그는 어른이 된후에도 1m50cm·44kg밖에 안돼 이 체격조건이 기수로서 대성하는 조건이 됐다.
그러나 경마전문가 제프세이글씨는 슈메이커의 위대함이 그의 「부드러운 손」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힘차게 직선코스를 질주하는 경주모습을 보며 기수에게 필요한 것은 힘과 채찍질이라 생각하죠. 하지만 슈메이커는 말을 편안케해주는 유연한 손놀림으로 직선코스에 이르기전 승부를 낸답니다.』 슈메이커 자신은 성공의 비결을 「말과의 대화」에서 찾는다. 『말들도 이야기를 합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지요….』 은퇴후엔 조련사로 새 출발할 예정이다. <유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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