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바다이야기' 파문관련 대국민 사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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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31일 사행성 오락게임 '바다이야기' 파문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노 대통령은 KBS 1TV 와의 특별 회견에서 "국민들한테 너무 큰 걱정을 끼쳐드린 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마음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또 "검찰 수사가 끝나는 대로 책임 소재 규명과 대책을 국민들께 다시 말씀드리겠다"며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정부가 마무리를 지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관계기사 6면>

노 대통령은 조카 노지원씨 문제가 불거졌을 때 "권력형 비리는 아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으로서도 최소한 자기 방어를 할 권리는 있는 것 아니냐"며 "조카 이름이 마구 떠오르는데 최소한 자기 해명 정도는 허용돼야 대통령도 숨을 쉬고 살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언급하며 "한나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면 안된다"며 "한나라당 정부 대통령인 노태우 대통령 정부가 세운 계획이고,1994년 김영삼 대통령 시절 '2000년경까지 전시 작전통제권까지 환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이라고 말했다."그 때 그 사람들이 '자주 국가,국민적 자존심'이란 말을 썼고,평시 작전통제권을 환수하면서 제2창군이라고 말했다"며 "지금 한참 반대하는 일부 신문들이 그 때 다 잘했다고 칭송하고 지금 와서 왜 뒤집느냐"고도 반박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 대한민국의 국력 수준이 우리나라 작전통제를 남에게 맡겨놓을 수준은 아니다"라며 "국방력이야말로 주권을 지키는 핵심이며,대통령은 국군 통수권자이고,그 통수권은 헌법에 규정돼 있는 헌법적 질서"라고 강조했다. 또 "작전통제권 환수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도 두 개를 연계해서 말한 게 아니라 지난 십수 년 동안 해오던 주장 그대로인데 (두 사안을)자꾸 결합시켜선 안된다"고 말했다.

◇주택정책본부 신설=노 대통령은 부동산 대책을 설명하던 중 "주택청이라는 외청을 만들어 국민들의 주택문제 만큼은 정부가 확실하게 책임지고 나가려 했는데 국회에서 동의를 해줄지 몰라 (건설교통부)주택국을 주택정책본부로 승격시키겠다"고 밝혔다.

박승희 기자

[노대통령 특별회담 발언록]

◇'바다 이야기'파문

"국민들한테 걱정을 끼쳐드려 송구스럽다.위로 수준의 사과라면 쉽게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정책적 책임이라든지 오류에 대한 책임으로서의 사과를 하는 것은 좀 더 신중해야 된다고 생각했다.제도의 허점과 산업 정책, 규제 완화 정책, 그리고 도박 단속의 부실,이 모두가 뒤엉켜서 아주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서 발생했다.특별팀을 만들어 전체를 분석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완벽하게 세우려 한다.책임소재 규명,대책과 함께 국민들께 다시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다.그 과정에서 어디에서 얼마만큼 부정이 있었냐, 또는 게이트가 있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지금 말씀드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검찰 수사가 끝나는 대로 제 의견을 말씀드리겠다.비싼 수업료를 낸다고 생각하고 인내해주시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대책을 세우겠다."

◇8.31 부동산 대책

"이 정책은 반드시 성공한다.앞으로는 부동산 투기 단속에서 서민주택 공급 정책으로 확실하게 방향이 가고 있다.부동산 투기하는 사람들이나,부동산 신문 아닌것 같아 보이는 일부 신문들이 부동산 정책을 흔드는데,국가 정책을 그렇게 흔들면 효과내기가 어렵다.부동산의 거품 꺼질 때 금융 시스템이 붕괴되고,경제에 급격하게 위기가 오거나 침체한다.경제 침체 때 누가 제일 손해를 보느냐 하면 역시 서민들이다.외환위기 때도 '이대로!' 하고 건배한 사람들도 있다는 거 아니냐.그 사람들은 서민은 아니다.소득을 열 등급으로 나누면 아래로부터 네 등급까지의 사람들에게는 국가가(2010년경까지는)임대 주택을 120만 채까지 공급할 것이다.5분위부터 7, 8분위에 있는 분들을 위해서는 부동산 가격을 잡아줘야 한다.그 위에 있는 쪽은 투기만 못하게 관리하겠다."

◇경제정책 실패 논란

"민생 문제를 시원하게 풀지 못해 안타깝고 송구스럽다.국정 실패라는 말엔 동의하지 않는다.물가,수출,외환 보유고라든지 성장률이 아주 좋거나 정상으로 가고 있다.경제가 좋아도 민생이 어려울 수 있다.양극화 현상은 일반적 현상이다.핵심은 비정규직이고,다음이 영세 자영업자들이다.근래에는 임금이 싸기 때문에 돈을 적게 주고 다른 부담 없이 쓸 수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채용하는데,이걸 막아주자면 비정규직 차별금지법을 통과시켜줘야 된다.지금 이게 몇 년째(국회에)묶여 있어 정부로서는 준비를 다 해 놓고도 비정규직 차별 금지를 할 수가 없다."

◇전시작전통제권.한미동맹

"핵심적인 문제는 한나라당이 반대하는 것이다.노태우 대통령이 한나라당 정부 대통령 아니냐.노태우 정부가 세운 계획에 따라서 하고,김영삼 대통령 정부가 평시 작전통제권을 환수하면서 '2000년경까지 전시 작전 통제권까지 환수할 것'이라고 계획을 세웠다.지금 반대하고 있는 일부 신문들도 그때 다 잘 했다고 칭송하고,앞으로 전시 작전 통제권도 되도록 빠른 시일 환수해야 한다고 말해놓고 지금 와서 왜 뒤집나.

한미 동맹에 아무 문제 없다.국방비 621조라고 말하는 신문도 있는데,터무니없는 얘기다.전작권 환수 안 하더라도 그건 다 들어가게 돼있다.국방 개혁함으로써 좀 줄어서 2020년까지 621조가 들어가는 것이다.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은 이것(전작권 환수)과 전혀 관계없다.아무 상관 없는 얘기들을 얽어가지고 여하튼 '노무현대통령 흔들고 보자' 이거 아니냐.이렇게 하면 안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런 중대한 정책에 대해 대통령의 선의는 의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치적 목적으로 하는 것처럼 오해하는 분들에게 무척 섭섭한 마음이 든다. 미국은 세계 제일의 시장이다. 거기에서 한국이 승부를 걸어야 한다. 만일 개방하지 않고 어물어물하다가 고립되면 그때는 어떻게 되겠는가. 지난번 (FTA를 체결한)칠레만 해도 자동차.휴대폰.전자 제품 시장 점유율이 뚝뚝 떨어졌으나 (FTA)발효하고 나서부터 다 회복되고 30% 이상씩 성장해 가고 있다. 걱정했던 농산물은 걱정의 반도 실현되지 않았고, 기대는 기대 이상으로 실현되고 있다. 멕시코에서 한국 타이어를 팔다가 일본이 멕시코하고 FTA 해버리니까 한국 타이어는 지금 굉장히 고전하고 있다. 일본.중국이 먼저 미국과 FTA 교섭을 한다고 생각해 보라. 아마 '노무현이 뭐 하냐'고 엄청난 비난이 빗발칠 것이다. 그리고 (정부)협상력을 말하는데 대한민국 공무원을 너무 무시하지 말아달라.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코드.보은 인사 논란

"대통령과 가까운 정당 사람들, 좀 가까운 사람들을 계속 문제 삼는데 능력 없는 사람은 쓰지 않는다.능력이 똑같다면 대통령의 정책을 잘 이해하고 착실하게 이행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을 써야 한다.국정에 대한 최종 책임을 대통령이 지지 않느냐. 코드 인사라는 이름이 좀 마땅치 않지만, 그것은 책임 정치의 당연한 원칙이다.요즘은 공직 사회도 전부 다 개방형 인사가 보편적이다.어느 조직에나 바깥 사람이 오게 돼 있고, 정부 각 부처는 항상 낙하산이 내려오지 않느냐. 장관이 항상 바깥에서 오니까…. 낙하산, 대통령도 낙하산이다. 모든 조직에서는 바깥 사람과 내부 승진을 적절하게 조합해서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인사 원칙이라는 게 이미 행정학 이론에 나와 있다. 그런 열린 인사를 가지고 낙하산 인사라면 안 되는 것이고…. 공기업이라든지 이런 쪽에 순수 전문가가 대통령의 개혁 정책을 다 수용하겠느냐.이 인사는 과거에도 있었고, 많이 줄었지만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계속 잘못된 것으로 얘기해 가면 국가 운영이 매우 어렵다."

◇임기말 소회

"(지난 3년 반을 돌이켜보면)후회는 없다. 힘들었다.일을 너무 많이 벌인 것 같다. 내가 크게 한 번 흔들렸던 것이 부안 방폐장 문제였지 않느냐. 그게 18년 간 미뤄오던 것인데, 어떻든 해결했다. 그밖에도 갈등 과제들이 많이 있었는데, 일부러 벌인 것이 아니고 있는 것을 다 정리한 것이다. 새로 벌인 것이라면 행정복합도시 건설 문제 하고 용산기지 이전, 작전통제권 환수,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이다. 그런데 이거 하나하나마다 전부 저항에 부딪혀서 가다가 밀려서 또 넘어졌다가…. 그런데 사실은 내가 자다가 생각이 나서 벌떡 일어난 것이 아니고, 수십 년 전부터 국가적 과제로 계속 거론되던 것들이다. 행정수도 새로 만들어야 된다, 박정희 대통령이 할려고 하다가 ( 웃으며 )그만 둔 것이다. 용산 기지, 노태우 대통령이 다 벌여 놓고 돈 없다고 안했던 건데 지금 하는 것이다. 작전통제권도 마찬가지고. 지금 마무리 해 가는데, 참 그렇게 힘이 든다. "

박승희 기자

[pmas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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