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대흑인 유화정책/민권지도자 만델라 석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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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민권단체 합법화… 비상 곧 해제
【케이프타운 로이터=연합】 데 클레르크 남아공대통령은 지난 28년간 투옥돼 온 이 나라 흑인 민권운동지도자 넬슨 만델라(71)를 곧 석방하는 한편 그가 주도해온 아프리카민족회의(ANC)도 합법단체로 인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획기적인 대흑인 유화정책을 2일 발표했다.<관계기사4면>
그러나 남아공 최대 흑인민권단체인 ANC는 이번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현 백인주도 정권의 즉각사임과 인종분리정책 (아파르트헤이트) 전면폐지를 촉구하는 시위를 주도하는등 반발을 보여 향후 정국수습이 쉽지않을 전망이다.
데 클레르크대통령은 이날 케이프타운에서 자신의 집권 국민당수 취임 1주년 기념연설을 통해 『폭력의 시대는 가고 이제 화합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일련의 유화정책을 발표했다.
그는 지난 62년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해온 ANC지도자 만델라를 무조건 석방할 것이며 지난 30년간 불법화 돼온 ANC도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정부소식통들은 만델라가 『1주일쯤 후에 석방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유화시책은 이밖에도 ▲지난 3년간 시행돼 온 비상사태 조기해제 ▲남아공노조 총연맹(COSTAU)를 비롯한 33개 단체 합법화 ▲비상언론검열 대폭해제 ▲정치범 석방 ▲교수형 제도 잠정폐지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한편 부시 미 대통령과 대처 영 총리는 유화시책을 환영하면서 양측 협상을 적극 지원할 것임을 공약했으며 그동안 남아공의 흑인차별정책을 강경 비난해온 카운다 잠비아대통령도 이번 조치에 찬사를 보내는 등 해외로부터 호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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