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계에 액션영화 제작 "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멜러물의 위세,황당한「고전해학극」, 엉터리「무술극」의 뒷전에 밀려 멸렬상을 면치 못했던 액션물이 왕년의 전성기를 되찾기 위한 힘찬 가동에 나서고 있다.
액션물은 영화의 오락성을 가장 적절히 충족시켜 준다는 점에서 그 동안 한국활극영화의 침체는 한국영화와 관객을 떼어놓은 큰 원인으로 지적돼 왔었다.
최근 개봉된 『코리안 커넥션』을 필두로 선보일 액션영화는 『네멋대로 해라』 『장군의 아들』 『회색도시Ⅱ』『스펙터클 블랙시티 』 『꼭지 딴』 등.
이중 『네멋대로 해라』『회색도시Ⅱ』『스펙터클 블랙시티』등 3편은 20대의 신진그룹들이 강한 실험성을 무기로 물질문명의 뒤켠으로 밀려난채 방황하는 도시젊은이들의 방황을,이른바 「뒷골목의 생리」를 바탕으로 과거 프랑스의 누벨바그나 영국의「성난 젊은 세대」식의 서울풍경을 그리고 있어 주목된다.
신성일씨가 4억여원의 제작비를 투입, 완성한『코리안 커넥션』은 신씨 자신의 말대로 근래 극장가를 휩쓰는 훙콩활극에 대항키 위해 만들어 졌다.
히로뽕밀매조직에 맞선 수사관들의 활약을 그린이 영화는 권선징악 차원의 도식성을 벗어나 경찰의 상부조직이 범죄단과 선이 닿아있는 상황 설정을 하는등 현대사회, 특히 요즘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범죄양상을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그 자신 고참수사관으로 주연한 신씨는 『남자중심의 힘 있는 영화의 활성화, 강력한 물량공세가 뒷받침된 영화의 제작풍토가 조성돼야 홍콩물 등에 쏠리는 관객의 발길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스펙터클 블랙시티』는올해 20세의 최야성씨가 만드는 갱스터영화.
철저한 오락의주로 만들어 청소년층의 호응을 노리게 된다.
『네멋대로 해라』의 경우 프랑스의 누엘바그의 기수 장뤼크 고다르가 연출하고 장 폴 벨몽도를 출세시킨 동명영화의 한국판 격이다.
조직사회에 들어가지 못한채 구심점을 잃고 떠도는 도시젊은이들의 좌절과 사회가 받아 들이지 못하는 일탈 행위에 자신을 맡기는 그들의 반항을 사실그대로 영상에 옮기게 된다.
왕년의 액션배우 박노식·독고성·장혁씨등이 찬조출연,60년대의 「주먹솜씨」를 재현한다.
영화 아카데미 출신의 젊은이들이 설립한 독립 프러덕션 영화공장 서울이 현재 60%정도의 제작을 마쳤다.
지난해 좋은 영화에 선정돼 관심을 끌었던 『회색도시Ⅱ』는 신인 안재우감독의 데뷔작. 조상구·김춘식등 무명배우들이 주연한 이 영화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답답해하고 허무에 가까운 방황을 거듭하는 젊은 군상들의 모습을 「젊은이의 시각에서 그려내」좋은 평판을 얻어 냈었다.
영화평론가 김종원씨는『멜러형식의 소품위주인 한국영화계가 단순한 감각위주의 풍속도 보다는 사회전반의 범죄 심리나 젊은층의 고통스런 내면세계를 보여주는 일단의 영화를 통해 활로를 찾는것은 바람직스러운 현상임에 틀림없으나 이 영화 등이 진실한 삶의 철학에 바탕을 두고 연출돼야지 그렇지 않으면 말초적 활극에 머무를 소지가 크다』 고 말했다.

<이헌익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