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무력사용 평화위협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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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고르바초프가 군대를 파견, 소요를 진압하려 했던 지역은 아제르바이잔 공화국인 동시에 이란 접경지역이다. 소련이 이란접경지역에 군대를 파견했다는 사실은 미국에는 소련군이 미국의 이해가 걸려 있는「페르시아만 방향」으로 군대를 보낸 것이 되는 셈이다.
이 사실은 미국인의 신경을 건드리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신경 쓰이는 것은 베이커 미 국무장관이「질서유지」를 위한 소련군파견 진압에 대해「운동장의 응원지휘자」에게 보내는 것 같은 지지를 보인 것이다.
「질서유지」는 지금까지 모든 역사 속의 폭군들이 내세웠던 구실이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이89년 천안문사태 당시 내세운 구실이기도 하다.
소련의 적군이 아제르바이잔에서 질서회복을 한다면 동베를린에서 같은 행위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또 터키인 문제로 소요를 겪고 있는 불가리아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소련 카프카스 지역에서의 민족분쟁은 물론 러시아제국의 분할정복 정책에 의해 움츠러들었던 내연하는 긴장요소였다. 따라서 이 지역은 오랫동안소련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가 매우 강했다.
이것은 소련이 이 지역에 군대를 파견한 사실에 대해 미 백악관과 국무부가 최소한 어느 정도의 기간 적 여유를 두고 반응을 보였어야 했다는 문제를 남겨주는 것이다.
소련군은 아직도 동구에 주둔하고 있다. 체코나 동베를린 사태는 고르바초프가 이를 동구 주둔 소련군의 사용가능성을 부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자결」이라는 마법사 제니는 병 속에서 빠져 나왔으며 이젠 그를 다시 병 속으로 잡아넣을 수는 없다.
아라비안나이트에 등장하는 이 마법의 병과 같이 오랫동안의 압제를 받아온 마법사 제니는 기회가 주어지면 복수를 다짐했었다. 이것은 무질서를 의미한다.
고르바초프가 군을 막사에서 분쟁현장으로 보냈듯이 언제 엘베강을 따라 동구사태에 개입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체코를 비롯, 동구국가들은 소련군의 자국내 주둔을 원하지 않고 있다.
소련은 지난 1968년 7만명의 주둔군을 체코에서 철수했다가 프라하의 봄 때 다시 진주시켰다.
평화에 대한 위협은 제국의 무관한 국민들이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질서」를 대표하는 군대에서 왔음을 역사는 말하고 있다.
소련의 적군은 해결의 열쇠가 아니고 문제, 바로 그 자체다.
소 군의 카프카스 지역 진주는 자유에 대한 주요위협이자 사실상 질서에 대한 주요 위협, 그 자체라 하겠다. 【아시안 월스트리트=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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