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환경원년」이 실을 거두려면(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가 올해를 「환경원년」으로 설정(중앙일보 1월25일자 보도)한 것은 공해에 의한 생활환경의 악화에 대응할 정부차원의 새로운 결의라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 「국가환경선언」을 하고 올해를 기준해 더 이상의 환경오염을 허용치 않으며 연차적으로 개선하는 데 정부가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환경행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경제성장과 개발 우선 정책에 밀려 형식적인 구색갖추기에 머물렀다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이다. 공해의 실제적인 확산과 심화를 억제하는 데는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해왔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 생활환경은 공해에 의해 얼마나 찌들고 병들게 됐는지는 일일이 열거할 필요조차 없는 주지의 사실이다. 도시의 대기는 유해가스의 기준치를 초과한지 이미 오래고 산과 하천은 산업폐기물과 생활쓰레기로 넘쳐 식수 한가지 마음놓고 마시지 못한다. 야채와 과일은 겉모양이 싱싱할수록 농약 공포를 느끼게 한다. 숨쉬고 마시고 먹는다는 가장 기초적인 생존행위가 위기를 맞았다면 그런 환경은 벌써 중병을 앓는 것이고,따라서 반드시 치유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위기는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전 지구적인 것으로 기후 온난화 현상이나 오존층의 파괴,산성비에 의한 삼림의 고사현상,동ㆍ식물의 멸종 등 생태계의 변화,바다 오염에 의한 해양 동ㆍ식물의 떼죽음,가뭄ㆍ홍수ㆍ태풍 등 기상이변 따위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유엔을 비롯한 선진 각국들이 환경 보호대책을 국제적으로 강구하는 데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는 것은 환경위기에 대한 인식과 대처에 국제적인 협력이 절박해진 때문인 것이다.
유럽 각국에서 이른바 녹색당이라는 환경보호단체가 세력을 넓히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단체가 호응을 받는 것도 환경 위기에 대한 공감대의 확산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의 환경원년이 선언에 그쳐서만은 안된다. 예외 없이 엄정하고 강력한 환경행정이 집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14개 부서로 분산돼 있는 환경행정 집행 기능이 일원화돼야 한다. 환경청이 환경처로 올해부터 격상되긴 했으나 환경관계법이 보강되지 않고 업무관장이 여러 갈래로 분산된 채로는 일관성있고 체계적인 업무 수행을 기대할 수 없다.
자연환경 보전기능이나 해양환경 보전,폐수ㆍ하수관리 기능 등은 가능하면 우선적으로 환경처로 이관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소한 환경영향 평가 제도만이라도 제대로 운용된다면,예컨대 상수원 가까운 곳에 골프장이나 호텔을 허가하는 것과 같은 자가당착은 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가지는 환경 보호에 절대 필수조건이 국민의 참여와 협조라는 점이다. 산업폐기물과 생활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엄밀히 말해 국민이며,그 피해자도 바로 국민 자신들이다.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를 얻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오염의 실상을 숨김없이 알도록 해야 한다. 공해의 실상을 호도하면 개선의 길은 막히고 만다.
국민의 참여는 자기 주변의 환경 파괴범에 대한 색출과 고발에도 미쳐야 한다. 이웃의 환경파괴범을 눈감아주는 것은 공범행위나 마찬가지다. 정부와 국민의 합심협력이 없이는 환경원년을 선언해도 실효를 거둘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