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TIMF 앙상블 오픈 리허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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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2시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작곡가 김승근(서울대 국악과 교수)씨가 '윤이상의 음악세계'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했다. 26일까지 계속된'전주에서 만나는 통영국제음악제(TIMF)'의 첫 행사였다. 김씨는 윤이상의 대표작을 음반으로 들려주면서 그의 작품 세계를 요약해 나갔다.

"윤 선생은 유럽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에 부산에서 라디오로 국악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서 우리 전통음악과 악기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강이 끝난 후 오후 4시 TIMF 앙상블(음악감독 최우정)이 무대에 올라 26일 연주할 윤이상의 현악 합주곡'융단'의 오픈 리허설(공개 연습)을 진행했다. 슈베르트의'죽음과 소녀'(편곡 구스타프 말러)의 첫 대목을 들려주면서 두 작품의 차이를 느껴보도록 했다. 몇몇 관객은 연주자에게 질문도 던졌다.

"윤이상과 슈베르트 중 어느 작곡가가 더 연주하기 힘들어요?""윤이상의 작품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음정이 많아 악보를 꼼꼼히 들여다 봐야해요. 슈베르트는 귀에 익숙한 선율인 만큼 작은 실수도 금방 노출되기 때문에 연습량은 마찬가지입니다."

지휘자는 윤이상의 작품 중 현악 합주곡이 많은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피아노와는 달리 현악기는 얼마든지 미끄러지는 미분(微分)음정을 낼 수 있고 피치카토(현을 뜯어서 소리를 내는 방법)로 가야금.거문고 같은 맛을 내기가 쉬워요."

해설과 질문이 끝난 후 TIMF 앙상블은 관객의 요청으로 윤이상의'융단'을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했다. 처음엔 낯선 음색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관객들의 표정도 밝아졌다.

1991년 윤이상을 비롯한 현대음악 전문 연주단체로 출범한 TIMF 앙상블은 통영국제음악제의 홍보 대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통영과 다른 국내 도시를 격년으로 순회하면서 해설이 있는 오픈 리허설을 진행해오고 있다. 축제 홍보와 현대음악 보급을 위한'미니 페스티벌'인 셈이다. TIMF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김씨는"윤이상.슈베르트.바흐 등 26일 공연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9월 1일 중국 칭다오에서 공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주=글.사진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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