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상승 없어도 1월보단 호전/2월 증시 어떻게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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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합당정국 편승 증권사 적극 매입/경기회복 조짐없는게 최대 악재
○…90년대 문턱에 들어선 1월의 증시는 금융실명제 실시,설날후 통화환수 등에 대한 우려로 전반적인 침체분위기 속에서 남북관계개선 기대,합당소식 등으로 두차례 급등현상을 보였다.
지난해말 획기적인 12·12증시부양조치로 기사회생한 것처럼 보였던 증시가 작년말 폐장일 주가폭락으로 올 연초의 장세가 어둡게 보였으나 김일성 신년사와 노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으로 인한 남북관계 호전기대감으로 종합주가지수가 하루 20포인트 이상 폭등하는 등 흥분된 모습으로 90년도 첫 증시의 문을 열었다.
그러나 지난 10일 대통령 연두기자회견 내용에 실망,하락세로 돌아선 주가는 설날후 통화환수·금융실명제 실시·미수매물출회 등 하락요인이 겹치면서 9일간 계단식으로 속락,종합주가지수 9백20에서 8백60선으로 50포인트이상 떨어지기도 했다.
연초 한때 2조원 가까이 육박했던 고객예탁금도 점차 줄어들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으나 휴일 정국을 강타한 민정·민주·공화 3당합당소식과 올해들어 계속 관망하던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인 증시개입에 힘입어 주가지수는 9백선을 겨우 회복했다.
지난해 11월부터 늘어난 7조원 가까운 돈으로 시중자금은 풍부한데도 증시주변자금이 늘기는 커녕 고객예탁금이 오히려 줄어든 현상은 1월의 증시가 유인요소를 상실한 침체분위기 였음을 반영한다. 그러나 주가는 8백60선을 바닥권으로 단단히 다졌다는 점에서 앞으로 상승여력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올해들어 투신사·증권사 등 기관들의 움직임도 크게 달라졌다. 12·12조치후 3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매입하는등 주가부양을 책임졌던 투신사들은 올들어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으며 자금부족 등을 이유로 역시 꼼짝않고 있던 증권사들은 합당으로 주가가 폭등한 틈을 타 적극 주식매입에 나서고 있다.
증권사들의 개입은 폭등하루만에 주가가 하락하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정부가 합당주가를 떠받치기 위해 인위적으로 조작한 것이라는 일반의 의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증권사들의 증시개입은 투신사에 뺏긴 기관으로서의 주도권을 되찾자는 분위기와 주가가 떨어질때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주가가 오를때 개입하는 것이 훨씬 부양효과가 크다는 판단아래 협회 차원에서 오히려 재무부에 개입승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투신사 및 증권사들은 지난 연말이후 계속된 주식매입으로 한동안 자금경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증시전문가들은 2월의 증시가 최소한 1월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초 예상으로는 12월말 결산법인의 실적이 가시화되고 전노협의 출범등으로 인해 2월에는 하락세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봤으나 정국이 엄청난 변화를 겪으면서 경제불안요소가 많이 해소될 것으로 판단한 기업가들의 투자의욕이 살아날 것이 기대되고 1월에 계속된 환율절하 등도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더구나 1월내내 증시를 억눌렀던 금융실명제실시·통화환수 우려가 이미 주가에 반영됐을 뿐만 아니라 설날이후 예상되는 통화환수도 각 기관들이 미리 대비하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큰 충격없이 실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월중 증권거래소에 상장되는 신주물량이 7천만주를 넘어 공급압박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기업공개 및 증자분이 적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문제는 경기의 회복추세가 2월에 가시화되기는 힘들뿐만 아니라 12월말 결산법인의 전년도 부진한 실적이 발표되면 아무래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최근 해외증시가 계속 크게 동요하고 있고 엔화가 달러에 대해서는 절하추세에 있지만 원화에 대해서는 오히려 절상추세에 있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더구나 올해 거래된 주식물량의 70% 이상이 종합주가지수 9백10∼9백20선에 몰려있기 때문에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막고 있다.
따라서 2월증시는 큰 성장은 없겠지만 1월보다는 높은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며 본질적인 상승세로 진입하기 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손장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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