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이창호·이세돌 , 8강전서 모두 쓴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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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배 4강의 얼굴은 조치훈9단.후야오위(胡耀宇)7단.셰허(謝赫)5단.박영훈4단으로 확정됐다.

전날 이창호9단의 탈락에 이어 믿었던 이세돌9단과 조훈현9단마저 패배함으로써 세계바둑을 휩쓸어온 한국의 '빅3'가 모두 탈락하는 대이변이 일어났다. 이로써 한국은 18세 막내기사 박영훈4단이 우승을 위한 마지막 보루로 남게 됐다.

16일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8강전 이틀째 대회에서 이세돌9단(20)은 중국의 바둑영웅 후야오위7단(21)의 철통 방어막에 걸려 아쉽게 불계패했다. 흑을 든 이세돌9단은 초반 접전에서 실패해 실리에서 뒤지자 곧장 특유의 공격력을 앞세워 대마 사냥에 나섰다.

지구전을 포기하고 대마의 생사에 승부를 건 것이다. 그러나 후야오위는 둔도(鈍刀)라는 별명 그대로 느리지만 정확한 수읽기로 빈틈없는 방어전을 펼쳤고 결국 대마를 살려내는 데 성공함으로써 올해 세계대회 2연패에 빛나는 이세돌9단에게 좌절을 안겨주었다.

후야오위7단은 지난해 삼성화재배에서도 이창호9단을 누르고 4강에 올랐고 국가대항전인 농심신라면배에서도 중국대표로 나서 조훈현9단 등 한.일의 강자들에게 5연승을 거두면서 일약 중국의 바둑 영웅으로 떠오른 강자다.

조훈현9단과 조치훈9단의 한판 승부는 오랜 라이벌답게 한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승부로 이어졌다. 초반은 흑을 쥔 조치훈9단의 우세. 그러나 중반전이 깊어지면서 조훈현9단이 특유의 감각으로 판을 휘저어 역전무드로 돌아섰다.

그러나 후반 무렵 앞서가던 조훈현9단이 승부를 결정짓고자 패의 강수를 던졌는데 이게 돌이킬 수 없는 실착이 되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조치훈9단은 이 순간 대마를 죽이며 바꿔치기를 결행해 일거에 승부를 역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조치훈9단은 1980년 일본의 명인이 되어 금의환향했을 때 조훈현9단과의 기념대국에서 2연승했다. 이때 조훈현9단은 큰 충격을 받았으나 이후 공식대국에서 조치훈9단에게 내리 7연승을 거둠으로써 라이벌 대결에서 완승을 거둔다. 하지만 이날 조치훈9단은 황산벌 전투에 나선 계백장군같은 비장한 자세로 대국에 임하여 조훈현9단과의 여덟번째 대결에서 감격의 첫승을 거뒀다.

대국 직후의 대진추첨 결과 준결승전은 박영훈4단 대 셰허5단, 조치훈9단 대 후야오위7단의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우승상금 2억원의 삼성화재배 4강전은 3번기이며, 11월 4~7일 대구 영남대에서 열릴 예정이다.

부산=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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