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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억대 키조개 서식지 누구 것 ? 여수 - 남해 '바다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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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전남 여수시와 경남 남해군의 어민들이 키조개 때문에 '바다 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상 해역은 전남 여수시 남면 금오도에서 동쪽으로 16㎞ 떨어진 2816㏊(840여만 평).

싸움의 발단은 여수시가 2004년 8월 바다 밑에 자연산 새끼 키조개 2850t(2억8000여 마리, 발견 당시 200억원 상당)이 서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면서 시작됐다. 여수시는 같은 해 10월 '육성수면(育成水面)' 지정을 신청, 전남도가 해양수산부의 승인을 받아 올 2월 지정했다. 이에 따라 4월부터 여수잠수기수협과 여수수협이 이 해역에서 그물로 바다 밑바닥을 긁는 방식으로 어른 손바닥 크기의 키조개를 채취하고 있다. 여수 어민들은 이 새끼 키조개를 잡아 장흥.보성 지역 연안 어민들에게 양식용으로 팔고 있다.

그러자 경남 남해 지역 어민들은 육성수면을 당장 해제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육성수면으로 지정된 곳은 옛 수산자원보호령의 경남 기선권현망 어업과 잠수기 어업의 조업수역 경계인 남해군 남면 이리산정~여수시 남면 작도 연결선 안쪽으로, 경남 관할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경남 멸치 공동체 영어법인'의 김차윤(60) 대표는 "경남 지역의 5~20t 어선들이 멸치.장어.낙지.서대 등을 잡는 곳인데 전남도가 경남도와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남해 어민들은 "어업 분쟁 등이 있는 해역은 육성수면 지정을 하면 안 되는데도 해양수산부가 이를 무시하고 승인해 줬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 측은 "현행 법률상 시.도 및 시.군 간 해상 경계를 설정하는 법령은 없지만, 행정 관행으로 이용하는 국립지리원 지도를 보면 해당 수역은 전남 관할이 분명하다"고 반박했다. 조경두 여수시 수산자원담당은 "남해 어민들은 1982년 개정된 수산자원보호령에 대해 99년 '전남 수역이 아니다'고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가 기각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전남 어민들은 또 "전남 여수해경과 경남 충무해경의 관할 경계인 동경 128도 선을 기준으로 봐도 남해 어민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고, 해당 수역의 조업도 여수 어선이 더 많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도와 양 시.군 관계 공무원들은 17일 여수에서 조정회의를 열었으나 의견 차이만 확인했다. 이달 말에 다시 협의하기로 했지만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바다 경계 다툼은 법정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이해석.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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