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병사 납치가 전쟁으로 번질 줄 몰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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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레바논의 시아파 이슬람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지도자 셰이크 하산 나스랄라(사진)가 최근 이스라엘 병사 납치로 촉발된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는 뜻을 비췄다. 나스랄라는 이날 레바논 민영 '뉴' TV에 출연해 "이스라엘군 두 명을 생포한 것이 이렇게 큰 규모의 군사 충돌을 초래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생포 전날인 (7월) 11일에 작전의 파장을 미리 알았더라도 병사를 잡아오라고 지시할 것이냐고 또 묻는다면 '결코 아니다'라고 대답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엔 평화유지군이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시도하지 않는다면 무장대원과 충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탈리아와 유엔의 중재 아래 이스라엘과 인질 교환 협상이 최근 시작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과의 전쟁 중 강경 발언으로 일관했던 것과 비교하면 다분히 유화적인 발언이다.

아랍 언론들은 헤즈볼라 지도자가 이번 전쟁에 대해 처음으로 이 같은 유감의 뜻을 밝히고 유화적인 발언으로 일관하자 그 배경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28일 "34일간 지속된 이번 전쟁을 정리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전후 수습과 헤즈볼라의 조직 내 결속을 다지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범아랍 일간 알하야트는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요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이어 이를 요구하는 레바논 정부의 공식 서한이 최근 전달됐다는 점에 주목한다"며 "나스랄라는 강경 발언을 삼감으로써 중앙정부와 국제사회의 압박을 피하려 한다"고 풀이했다. 이런 나스랄라에 대해 이스라엘은 여전히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27일 "헤즈볼라의 전열을 재정비하기 위한 시간 벌기용 유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평화유지군이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추진하지 않는다면 헤즈볼라에 재무장을 위한 완충지대를 제공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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