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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을 넘어라|90아시안게임 종목별 총 점검(1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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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1면

한국탁구의 입장에서 본다면 북경아시안게임의 녹색테이블은「적색테이블」로 바뀔 공산이 짙다.
남녀단체, 남녀 개인 단·복식, 혼합복식 등 7개 종목 중 한국의 금메달 가능 종목이라고는 유남규 (유남규·22·동아생명)-현정화(현정화·21·한국화장품)가 콤비를 이루는 혼합복식 뿐이기 때문이다.
서울올림픽에서 금2·은1·동1개, 86아시안게임에서 금3·은1·동메달1개를 따내는 등 홈 코트에서 찬란한 금자탑을 세운 것을 감안하면 적지에서의 이 같은 예상은 한마디로 참담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우울한 전망은 우선 86, 88무대에서 활약했던 양영자(양영자) 김 완(김 완) 김기택 (김기택)등 스타들의 은퇴, 또는 대표팀사양으로 생긴 공동을 새로운 후계세대로 메우지 못한데서 비롯된다.
서울아시안게임에서 남녀 부를 석권했던 단체전 남자의 경우 에이스 유남규를 제외하면 신예 김택수(김택수·20) 강희찬(강희찬·20·이상 대우증권) 안재형(안재형·25·동아생명) 박창익(박창익·27) 박지현(박지현·24) 문규민(문규민·23·이상 제일합섬)등이 비슷한 수준에서 대표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들 외에 고교생 현정식(현정식·18·영동고) 추교성(추교성·19·동아공고)등이 다크호스로 도사리고 있는 정도다.
여자부도 간판 현정화를 빼면 지난해부터 재기에 성공해 현과 새로운 복식 파트너를 이루는 홍차옥(홍차옥·20·한국화장품)을 비롯, 홍순화(홍순화·22) 이태조(이태조·22) 권미숙(권미숙·20·이상 제일모직)등이 변동 없이 버티고 있을 뿐 남자에 비해 선수 층이 더욱 엷다.
반면 세계최정상인 중국은 지난해 5월 세계선수권대회를 고비로 남녀 모두 세대교체를 끝냈고 86, 88대회에 불참했던 북한은 지난해말 스웨덴오픈에서 급격한 전력상승을 보였다.
우선 중국은 강자량(26) 웨이칭광(27) 천룽찬(25·이상 남자) 자오즈민(26) 허즈리(26) 다이리리(27·이상 여자)등이 퇴장함으로써 마원커(24) 천즈빈(27) 쉬쩡차이(28·이상 남자) 천징(22) 차오훙(22) 딩야핑(21·이상 여자)등이 대표팀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전력약화와 세계최강 중국이라는 두터운 벽이 가로막는 데다 스웨덴 오픈대회에서 남자 단체전 및 단식·여자복식을 석권한 북한의 급상승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을지도 모른다.
스웨덴 오픈 단식 챔피언을 차지하면서 에이스로 올라선 이근상(23)과 김성희(22)가 이끄는 북한 남자 팀은 중국은 물론이고 세계10위 이내 선수들만으로 구성된 스웨덴마저 3-1로 격파하는 등 무서운 기세를 보이고있다.
여기에 제4회 아시아 주니어선수권(89년12월·뉴델리)에서 남자단체 우승, 단식1·2·3위를 석권한 김국철·김진명·최경석 등이 뒤를 받치고 있어 앞으로 아시아는 물론 세계무대마저 휩쓸 태세를 갖추고 있다.
여자부 역시 조정희(27)에서 유순복(25)으로 파트너를 바꿔 스웨덴대회 복식 우승을 차지한 이분희(22·세계랭킹3위)가 버티고 있다.
중국·북한 외에 여자부는 차이포와(세계17위) 찬탄루이(21위)가 이끄는 홍콩이 다크호스인데 스웨덴 오픈 여자단체결승전에서 한국에 3-2로 승리한 바 있다.
한국탁구가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 직면케 된 것은 장기적 포석에 따른 유망주 육성을 등한시한데다 새로운 기술개발 노력마저 게을리 해 힘도, 기술의 탁구도 아닌 스타 한 명의 컨디션에만 의존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김인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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