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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 우주시대 연 중국] 中. "美의 유일 견제국" 자긍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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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중국의 첫 유인 우주선인 선저우(神舟)5호의 발사 성공에 대해 중국 과학기술부 쉬관화(徐冠華)부장은 16일 "지금까지 중국의 자랑거리였던 원자폭탄(1964년), 수소폭탄(67년), 첫 인공위성(70년)의 성공을 모두 합친 정도의 위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발사 성공으로 국제정치 무대에서 중국의 위상, 특히 군사적 위상이 핵실험 성공 때보다 더 크게 뛰었다는 이야기다.

중국의 우주 전문가들은 이번의 성공으로 중국이 앞으로 우주 실험실과 정거장 건설, 나아가 달 탐사까지 가능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주장한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이 우주개발에 더욱 투자할 것이라고도 기대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정치적인 의미가 숨어 있다. 중국의 우주개발은 초강대국인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중국이라는 인식을 전 세계에 심기 위한 국제 정치.군사 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우주선은 대륙간탄도탄(ICBM)과 같은 기술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유인우주선 발사 성공은 중국의 핵 운반과 우주전 등의 능력이 수준급임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베이징(北京)의 한 군사 전문가는 "이번 성공으로 중국의 군사.과학 기술이 미국이 두려워 할 정도로 빠른 성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최근 북핵 문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고, 일본 및 동남.서남 아시아와 관계를 재정립해 지역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등 수퍼 파워 미국에 맞서는 다극화(多極化) 전략을 펴고 있다. 이런 중국의 국제 전략에 우주개발이 한 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선저우 5호의 발사 성공은 중국의 국내 정치에도 큰 의미가 있다. 20여년간 개혁.개방을 해온 중국은 이번 성공으로 민족주의를 크게 고양하면서 중국 공산당이 주도해온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체제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는 효과를 올렸다.

우주선 발사 시기를 중국 공산당 16기 제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3中全)가 폐막한 다음날로 잡은 것도 이런 의도와 무관하지 않다. 이로써 최근 심화하고 있는 빈부 격차, 실업자 양산, 농촌의 빈곤 문제 등 갈등 요인들을 잠재우고 공산당의 위상을 크게 높이는 효과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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