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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1년] 뉴올리언스 카트리나 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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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1년전
지난해 9월 10일 군인들이 생존자를 찾기 위해 보트를 타고 마을을 돌고 있다. [뉴올리언스 AP=연합뉴스]

지금은
많은 사람이 귀환을 거부해 도심 곳곳이 아직 폐허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다. [뉴올리언스 AP=연합뉴스]

1년 전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악몽을 겪은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주민들이 대서양에서 발달한 올해 첫 열대성 폭풍인 '에르네스토'가 다가오면서 또다시 공포에 떨고 있다. 미 국립 허리케인 센터는 27일 "중앙 카리브해에서 발달해 자메이카를 향하고 있는 에르네스토가 29일께 멕시코만을 강타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보했다. 이런 가운데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26일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해 1주년인 29일을 기념일로 선포했다. 하지만 뉴올리언스는 아직도 1년 전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깊은 상처 아직도=BBC는 최근 '1년 뒤:카트리나가 남긴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카트리나 이후 1년이 지났지만 뉴올리언스의 삶은 여전히 고통, 그 자체"라고 전했다. 카트리나로 인한 사망자는 1000명이 넘었고, 실종자도 20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카트리나 이전에 45만 명에 이르렀던 뉴올리언스 인구는 현재 22만 명에 불과하다.

특히 주택 공급 문제는 가장 심각하면서도 쉽게 풀리지 않는 과제로 남아 있다. 미 재난방재청(FEMA)은 최근 "미시시피에서 트레일러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이 3만625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BBC는 "뉴올리언스는 등골이 오싹한 느낌을 줄 정도로 텅 비어 있다"며 "카트리나가 남긴 쓰레기 더미 때문에 아직도 거리 곳곳에선 악취가 풍기고 있다"고 전했다.

◆복구 사업은 임시 처방?=미 연방정부는 복구 사업에 1100억 달러를 지원했다. 이 중 뉴올리언스에만 270억 달러가 투입됐다. 그러나 BBC는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종합적인 재건 계획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제방 복구 공사가 이뤄졌지만 주민들은 "임시처방에 불과하다"며 미덥지 못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심지어 제방 복구 공사를 맡은 칼 스트록 육군 공병대장도 26일 현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방이 올해 닥칠 허리케인을 견뎌낼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그는 "당초 계획된 제방 공사가 완전히 끝나려면 2년가량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빈곤 드러냈다"=부시 대통령은 26일 연설에서 "카트리나는 연방 정부와 각 주의 정부들이 예고되지 않은 비상한 재난에 대처할 준비가 안 돼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카트리나 피해가 미 사회의 뿌리 깊은 빈곤도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복구에 대해서는 "고무적인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많은 난관이 남아 있다"며 "연방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이에 대해 메리 랜드리어 상원의원은 민주당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카트리나가 훑고 지나간 루이지애나의 많은 지역이 마치 허리케인 피해가 어제의 일인 것처럼 방치돼 있는 것을 보면 미국이 얼마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다"며 "유감스럽게도 미국은 허리케인이든, 지진이든, 테러리스트의 공격이든 모든 종류의 대형 재난에 전혀 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서울=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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