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은 편하지만 시시로 조급하고, 외롭고, 불안하고, 화나게 합니다. 예전엔 홀로 있고 싶으면 산문을 닫거나 입산하면 그만이었는데, 산중에서도 핸드폰이 터지니 더 이상 호젓할 수가 없지요. 차라리 편지를 주고받던 시절이 더 행복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대에게 편지를 보낸 뒤 답장을 기다리던 며칠간은 또 얼마나 가슴이 설레었던지요.
핸드폰을 끄고, 보길도의 강제윤 시인이 보내온 신간 '숨어사는 즐거움'을 읽었습니다. 동병상련일까요. 그의 편지글 '자발적 가난'에 대해 생각하며 두 끼를 굶었습니다. 숨어살기 위해 섬에 왔지만 결국 세상 속에, 사람들 속에 숨어살았다는 그는 염소의 맑은 눈빛을 닮았지요. 세연정과 동천다려의 동백꽃이 피기 전에 보길도를 다녀와야겠습니다.
이원규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