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속 축제 '청담미술제' 둘러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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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하늘이며 살랑살랑 바람까지. 늦더위는 가는 여름을 붙들고 있지만, 계절은 어느덧 가을이라고 속삭인다. 이제 집 떠나 즐기던 여름의 축제는 잊자. 트렌드세터들의 아지트, 서울 청담동의 화랑과 맛 집들이 한 데 뭉쳤다. 24일 시작돼 9월 2일까지 서울 도심속에서 벌어지는 16번째 '청담미술제'를 따라가 보자.

◇12개 화랑, 개성 있는 기획특별전 선보여

91년 청담동 일대 화랑들이 '대중과 예술 사이에 다리 놓기'를 외치며 시작한 청담미술제. 16회를 맞는 이번 축제의 중심에는 청담사거리 인근의 12개 화랑들이 있다.

유아트스페이스는 임옥상, 송수남 등의 100cm이하 소품전을 준비했으며, 갤러리 PICI는 강신덕, 야요이 쿠사마 등 다섯 작가의 회화와 조각 작품을 선보인다.

박여숙 화랑은 한국 추상미술전으로, 박영덕 화랑은 함섭 개인전으로 관람객과 만난다. 이목화랑에서는 김광호 전이 쥴리아나갤러리에서는 이종국 개인전이 열린다. 주영갤러리는 김환기, 최영민 등의 작품을 선보이며, 청화랑은 황석봉의 작품을 전시한다. 또 이 달에 문을 연 듀플렉스갤러리는 달링 스페이스의 이미원 사장이 고른 작품들로 첫 전시를 준비했다. 이외에 갤러리미는 이한우 등의 신작을 소개하는 단체전 '6인의 작가들'로, 더 컬럼스는 독일 출신 작가 마이클 위슬리의 사진전으로 관람객 맞을 준비에 나섰다.

◇13개 맛 집, '예술작품'으로 변신

청담미술제의 '맛'을 한층 더한 특별전도 열린다. 청담동 일대 음식점 운영자들의 친목모임인 '그랜드테이블'은 청담미술제를 미술제 이상의 지역 문화축제로 키워보자는 데 공감, '웰컴 투 매직 도어'라는 이름의 청담미술제 특별전을 준비한다.

시즌스, 일마레, 원스 인 어 블루문 등 인근 13개 레스토랑, 바, 카페 등이 그대로 '도화지'가 된 것. 나난, 백인정 등 13명의 젊은 작가들이 음식점 외벽, 입구 등에 개성 넘치는 예술작품을 제작, 설치했다. 이 작품들은 축제 기간 뒤에도 9월 중 계속 감상할 수 있다.

난시앙 2층으로 통하는 계단 유리창에 작가 김수영이 영화필름으로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케 하는 아치를 만들었다.

카페 티는 숲과 나무의 모티브를 즐겨 사용하는 작가 나난과 만나 유리창에 숲 속 풍경을 드로잉했다.

천재향에 작품을 설치한 작가 김태연은 거울을 이용해 따뜻한 4차원 공간의 이미지를 연출했다.

일마레의 테라스는 화려한 색감을 입었다. 김태중 작가는 상상만해도 기분좋은 정원을 주제로 컬러풀한 드로잉을 선보였다.

미피아체의 외벽에는 나비가 깃들였다. 작가 강선미의 작품이다.

재즈 바 원스 인 어 블루문에는 '야반도주'하는 귀여운 연인이 네온사인으로 장식됐다. 작가 강영민은 작품이 화랑에 갇혀있던 작품이 거리로 뛰쳐나오게 만든 이번 특별전의 의미도 담고있다고 귀띔한다.

언뜻 거대한 꽃으로 보이는 A,O.C.의 외벽에 그려진 그림은 사실 절단된 인체의 이미지다. 작가 이다는 인체 파편들을 꽃으로 눈속임한 작품을 통해 시각적 유희를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박연미 기자 (voi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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