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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내음 다시 찾는 도시로 간 처녀들(마음의 문을 열자:14)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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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구수한 농촌 총각이 좋아요”/“장가 못가 자살까지 하다니…”/주위선 고생한다 말리지만/결혼대책위에 50여명 신청
『시골의 그 정겨운 손길이 나를 불러요. 싱그러운 공기,구수한 된장찌개,그리고 순박한 사람들…. 나는 그곳으로 시집갈거예요.』
미용사 안춘옥양(28ㆍ서울 풍납1동)의 마음은 벌써 강원도 산골로 가있다.
안양은 전국농촌총각결혼대책위원회(위원장 강기갑ㆍ39)에 「신부감」으로 가입한 50여 여성회원중 한사람. 2월4일의 첫 맞선간담회를 앞두고 가슴이 설렌다.
안양이 서울 신문로2가 결혼대책위 사무실을 찾은 것은 지난해 연말.
『농촌총각들이 스스로 짝짓기운동을 벌이고 있다더라』는 친지의 말을 듣고 용기를 냈던것.
강원도 인제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마친뒤 농사일을 거들던 안양은 21세때 「생계」를 찾아 서울로 올라온 「도시로 간 처녀」.
봉제공장에서 7년동안 재봉틀과 씨름한뒤 이제는 월수 40만원의 숙련 미용사. 그러나 콘크리트벽에 둘러싸인 도시생활에 도무지 정을 붙일 수 없었다.
『마음이 편안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어요. 인정이라고는 매일 메말라가기만 하는 서울…. 가위눌린듯 농촌생활을 그리워했어요. 그곳에는 아파트 투기도,한탕주의도,퇴폐문화도 없고 땀흘린 만큼만 얻는 솔직함이 있잖아요.』
안양의 농촌관은 당당하다.
『이곳 친구들은 다들 왜 고생하러 가느냐고해요. 하지만 전 자신있어요. 농업정책 실패로 농촌이 피폐해졌다지만 길은 있을 거예요. 농촌도 눈을 뜨고 있어요.』
안양은 정신과 육체가 건강하고 생활력이 강한 사람이면 아무나 좋다면서도 돼지띠(59년생)나 소띠(61년생)가 궁합이 좋다더라며 양볼이 빨개졌다.
16일저녁 안양의 「격려방문」을 받은 결혼대책위간부 총각들은 힘이 솟았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백만 원군을 얻는다는 표정들이었다.
『세상에는 농사짓는다고 장가 못가는 나라가 지구상에 또 어디있습니까. 도시처녀들이 제발 안양처럼 마음을 활짝 열기를 바랄 뿐입니다.』
강위원장의 「환영사」는 차라리 가슴이 찡하다.
결혼대책위는 농촌총각들의 눈물겨운 자구책이다.
강위원장 등 가톨릭농민회간부ㆍ농촌운동가ㆍ전농련회원 몇몇이 모여 모임을 결성한것이 지난해 6월.
각도 및 56개 군조직을 끝내고 지난해 12월14일 서울 전민련 사무실에 방한칸을 얻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강위원장ㆍ이충영부위원장(38ㆍ전북 순창 농민회사무국장) 등 모두 총각인 임원들이 승룡전자 등 구로ㆍ영등포지역의 사업장을 방문,여성근로자들에게 농촌을 소개하고 「여성회원가입신청서」를 돌리고 있다.
「여성들이여,낮에는 땀흘려 일하고 밤에는 태평양같은 농부의 품에 안겨 사랑을 나누는 진실된 삶을 살지 않으시렵니까.」
강위원장 등이 가는 곳마다 호소하는 내용이다.
한달동안 가입한 여성은 50여명. 혼기놓친 30∼35세가 대부분이지만 23세 「꽃띠」도 있고 41세 숫처녀도 있다.
등록된 신랑감(농촌총각)이 2백여명으로 벌써 1대4의 좁은문. 그러나 날이 갈수록 도시처녀들의 관심이 늘고있어 전망은 밝단다.
어떤 농민은 『고생한다』며 쌀다섯가마를 갖다주기도 했다.
민주당의 김동주ㆍ박경수의원 등이 후원자로 나섰고,H,L백화점 등은 간담회비용ㆍ혼수지원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남녀회원 모두 조용한 중매를 원해 이들의 후원을 받아들일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
『89년 한해만도 30여명의 농촌청년들이 장가문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애꿎은 결혼사기를 당했습니다. 신부를 구하기위해 도시로 위장취업 해야하니 이런 비극이 어디있습니까. 역설적이지만 이런 운동이 필요없게 돼야합니다. 농촌을 살찌워 도시처녀가 제발로 그곳을 찾게해야죠.』
경남 사천출신 소농으로 불혹을 눈앞에 둔 노총각인 강위원장은 농촌총각 짯짓기가 좋은 열매를 거두고 자신도 짝을 찾을 때까지 털보수염을 깎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김진기자>PN JAD
PD 1990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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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 F01
BL 729
TI 주지가 보물급 문화재 훔쳐/고산 유적관 찾아가 미인도 “슬쩍”
TX 서울 강동경찰서는 18일 고산 윤선도의 유물관 등 2곳에서 3억원상당의 보물급 문화재를 훔쳐 시중에 팔아온 충남 서산시 관음사 주지 윤병탁(48ㆍ법명 혜신)ㆍ임관재(28ㆍ무직ㆍ주거부정)씨 등 2명을 문화재관리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윤씨 등으로부터 문화재를 사들인 최병환씨(40ㆍ전화판매상ㆍ충남 서산시 동문동 968)를 장물취득혐의로 각각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이들로부터 훔친 물건을 사온 황재규씨(50ㆍ고미술상ㆍ인천시 주안8동 1574)를 수배했다.
윤씨는 87년11월부터 관음사 주지로 있으면서 이 절 전 주지의 3남 임씨로부터 보물급 문화재를 훔쳐 팔면 거액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지난해 11월21일 오전11시쯤 전남 해남군 해남읍 고산 윤선도 유적관리사무소 전시관에 관람객을 가장해 들어가 관리인이 자리를 비운사이 유리관 안에 진열돼 있던 윤선도작품 미인도 한점(세로 1백17㎝ㆍ가로 49㎝ㆍ시가 1억원상당)을 훔쳐달아났다.
또 임씨는 지난해 12월13일 오후2시30분쯤 경북 상주군 사벌면 금흔리 충의사 유적지 전시관에 들어가 관리인의 눈을 피해 드라이버로 전시관 열쇠를 뜯고 보물 제669호로 지정된 정기룡장군 옥대 한점(시가 2억원상당)을 훔쳤다는 것이다.
윤씨 등은 훔친 미인도를 지난해 12월21일 서울 인사동 재규화랑 주인 황씨에게 『가보로 전해오는 그림인데 사게 팔겠다』고 속여 1천3백만원을 받고 팔아넘겼으며 지난해말에는 최씨에게 훔친 옥대를 50만원에 팔아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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