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대 영세민 추위·오물·식수난 ″3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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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쓰레기와 분뇨는 쌓여가고 수도 물은 나오지 않고-.
고지대 저소득층 밀집지역 주민들은 겨울이 깊어갈수록 설움도 커진다.
서울시는 88년부터 도시 저소득층 생활지원을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지만 교통·주택문제 등에 밀려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주민들은 『도시저소득층 지원사업이 알맹이는 없고 홍보에만 머무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 봉천5동·삼양동 등 고지대주민들은 겨울철 갈수기에 접어들면서 수압이 낮아지고 송수관이 자주 얼어 터지는 바람에 식수난을 겪고 있다.
서울시내 20여만 명에 달하는 이들 급수불량지역 주민들은 수량이 줄어들고 시간제급수를 하는 경우가 많아 저지대 주민들이 수도 물을 덜 쓰는 자정이나 새벽녘까지 기다렸다 플래스틱 통에 수도 물을 받아 쓰고 있다.
이들은 『남들은 수돗물 오염을 걱정하고 있지만 우리는 물이라도 콸콸 나왔으면 소원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상왕십리2동1039일대주민 5백여명은 좁은 골목길을 이유로 한달 째 분뇨수거 차가 오지 않아 재래식 화장실이 분뇨로 넘쳐흐르는 바람에 2백m쯤 떨어진 인근 사찰의 화장실과 지하철역 화장실을 대신 이용하고 있는 실정.
주민 윤형복씨(51)는『한달 동안 열 차례나 구청과 대행업체에 수거요청을 했지만 반응이 없다』며 『낮에는 지하철역까지 가지만 밤에는 하수도를 통해 흘려보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돈암동 일대 불량주택 재개발지역도 철거가 시작되면서 현재 세입자 3천여명이 남아 있지만 석달 째 분뇨수거 차가 오지 않아 빈집과 골목길이 온통 오물과 쓰레기 더미에 파묻혀 있다.
재래식 화장실이 서울에만도 전체 화장실의 40%인 30여만 개나 되지만 수거차량은 1백30여대에 불과, 5만개의 재래식 화장실이 있는 성동구의 경우 수거차량 1데와 작업인부 9명에 의존하는 실정.
특히 고지대 저소득층 지역은 좁은 골목길이 많아 지게를 짊어지고 분뇨를 수거해야하는 바람에 대부분의 대행업체들이 수거를 기피해 주민들의 불편이 더욱 크다.
쓰레기도 연탄난방을 하는 저소득층 지역에서는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쏟아져 나오는 연탄재로 수거용량을 크게 넘어 골목마다 쓰레기더미가 방치된 채 쌓여가고 있다.
이같이 수도·쓰레기 난을 겪고 있는 고지대 저소득층은 서울 시내에만도 50여 곳, 1백여만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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