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적으로 당연한 열망|나토탈퇴 중립국 지향 않을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동서독간 장벽개방은 독일재통일 문제를 야기 시켰다.「재통일」보다 오히려「통일」이라는 편이 낫겠다.
내 견해로는 하나로 합병된 독일은 확실히 바람직하다. 그것은 어떤 세력을 가져다줄 단순한 영토확장의 매력 때문이 아니라 역사적 측면이나 문화적 또는 인간관계로 볼 때 자연스러운 열망이기 때문이다.
서방의 일각에서는 통합된 독일이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를 탈퇴하고 재결합을 위해 중립국체제를 택하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 같은 나토 탈퇴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소련을 포함한 그 어떤 나라도 중부유럽에 8천만명에 육박하는 거대한 국가가 이웃에 홀로 있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독일국민들도 확실히 고립을 자초할 그 같은 선택에 직면하게 된다면 『사양하겠다』고 말할 것이다.
동유럽 각 국이 서방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이 중요한 시기에 서방사회와의 관계를 소원하게 하는 일은 합리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통독의 가능성과 중요성을 따져보는 것은 결코 시기상조가 아니다. 그러나 두 가지 점은 분명히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 동독인들 자신이 어디에 속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주어지는 자유와 자결권이 독일 합병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둘째 현존하는 커다란 경제및 사회적 차이점으로 인해 그 같은 노력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
이며 또 확실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이다.
동독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소유에 관한 개혁이다. 그러나 이 같은 어려운 개혁의 과제는 동독이 개인기업의 설치를 허가하고 국영기업의 전면적 사유화조치로 해결의 길을 찾을수 있을 것이다.
물론 40여년간 철저한 사회주의 체제하에 살아온 동독사회가 하루아침에 이윤추구사회로 변모하는 일은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또 동독으로부터 밀려드는 독일인과 소련·폴란드등지에서 탈출해온 독일계 민족들을 소화해내는 것도 서독에서는 무엇보다 큰일로 꼽히고 있다.
88∼89년 사이에 85만명의 동독인들이 서독으로 넘어왔다.
서독내의 실업자와 무주택자들은 이들로 인해 취업과 내집 마련의 기회가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런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으나 지나치게 비난적인 자세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폴란드의 자유노조, 부다페스트·프라하·라이프치히 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자유에 대한 열망 하나만으로 투쟁에 나서 독재권력으로부터 자유를 쟁취했다.
모든 동구인민들이 바라는 것은 과거 독립선언문에 명시된 천부적인 인권 즉「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같은 것이다.
우리는 동구인민들의 민주화요구가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하며 나아가 그들을 도울 수 있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그것이 통독을 향한 지름길이기도 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