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일부 개발" "모두 공원" 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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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교부가 용산공원 부지에 아파트를 지을 것이라는 등 엉뚱한 사실을 서울시가 환경단체와 연합해 유포하고 있다. 서울시는 (건교부의 계획에) 트집 잡지 말라."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24일 격앙된 목소리로 서울시를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겨냥한 발언이다. 용산 미군 기지가 2008년 말 이전한 뒤 이 부지에 들어설 용산민족공원의 조성 계획이 첫 단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서울시가 특별법의 일부 조항을 문제 삼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돈과 관리권이 핵심=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원은 "겉보기엔 반환부지 전체를 공원으로 만들 것이냐, 일부만 개발할 것이냐가 쟁점처럼 보인다"며 "실제론 계획.관리권을 누가 행사할 것인지, 엄청난 재원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용도변경이나 주변지역 관리계획과 관련한 협의는 계획.관리권과 관련된 사항이다. 건교부는 국가 주도의 사업이라는 이유로, 서울시는 관할 지역에 벌어지는 일이라는 이유로 각각 자신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감정 문제로 비화될 조짐도 있다. 실무자 협의를 거쳐 장관이 시장을 직접 찾아가 만났는데도 실마리가 풀리지 않자 건교부는 공원 조성 비용 부담과 관련한 특별법을 당초 '국가'에서 '국가와 서울시'로 바꿨다. 서울시에 부담을 일부 넘기자는 것이다. 공원 조성 비용은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추 장관은 더 나아가 "용산공원이 국가공원이긴 하지만 서울시민이 많은 혜택을 볼 것이므로 조성비용은 물론 5조원 이상이 소요될 미군 기지 이전비용까지 서울시가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특별법 14조가 삭제된다면 이전비용을 일부 부담할 용의가 있다"고 맞서고 있다.

◆평행선 달리는 주장=정부는 용산 미군 기지 가운데 메인 포스트와 사우스 포스트 81만 평을 공원으로, 나머지 6만6000평은 각종 상업.문화시설이 들어서는 복합지구로 지정해 최소 5조원 이상이 소요되는 미군 기지의 이전비용을 충당할 계획이다.

복합지구 개발의 필요성에 대해선 서울시도 필요성을 인정한다. 서울시가 반발하고 있는 것은 6만6000평 외에 공원부지인 81만 평의 용도변경 권한을 건교부 장관이 행사할 수 있도록 한 특별법 14조 때문이다. 건교부가 이전비용 충당을 위해 81만 평 중 일부를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또 공원 예정지 주변지역에 대한 서울시의 관리계획을 건교부 장관과 협의해 수립해야 한다는 특별법 28조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건교부는 주변지역의 관리계획은 서울시가 수립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용산공원과의 조화를 위해 정부와 서울시가 협의하자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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