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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부자들에게 돌을 던지지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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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중앙일보는 최고경영자(CEO)들이 고객이나 직원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사이버 공간으로 지난 5월 조인스닷컴(www.joins.com)에 'CEO 블로그' 코너를 개설했다. 네티즌의 관심을 끈 CEO 블로그 글을 소개한다.

최근 미국 부자의 기부 뉴스가 화제가 됐다. 워렌 버핏의 엄청난 기부와 빌 게이츠와의 관계 등이 기사화되면서 한국 재벌의 상속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관련기사 댓글을 보면 한국 부자의 반성을 요구하는 내용이 많다. 상속세 폐지를 반대하고, 엄청난 재산을 기부하는 미국 부자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본받으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부자의 사회적 공헌은 선진국에 비해 초라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비난만 하기에 앞서 짚어야할 문제가 있다.

필자는 2002년에 '귀족마케팅연구회'라는 상류층 마케팅 연구 모임을 만들었다. 우리도 명품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다. 그 모임을 하다보니 부자에 대한 연구 결과나 책 등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여기서 깨달은 것은 우리나라에서 부자들에게 기부문화를 기대하기엔 아직 시점이 이르다는 점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뿌리 내린 나라의 경우 부가 3대째 이어졌을 때 기부 문화가 자리잡았다고 한다. 100년은 부를 유지해야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부를 지속 가능케 하는 방법으로 문화의 형태로 자리잡은 것이다. 우리나라도 부자들이 그것을 깨달을 시간을 줘야지, 비난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사회 시스템이다. 워렌버핏은 자신의 성공이 미국 사회라는 시스템이 없었다면 불가능했고, 그 시스템을 유지하고픈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한국 부자들이 미국 부자들만큼 자신의 성공이 사회 시스템의 뒷받침으로 가능했다고 생각할까. 영국 관리가 "삼성의 반도체 성공은 한국 정부가 반도체가 무엇인지 몰라 규제할 수 없을 때 시작한 덕분"이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국 부자들의 성공스토리를 보면 찢어지게 가난하고 주위의 도움이라고는 없는 상황에서 먹을 것, 입을 것 아껴 성공한 경우가 많다. 한국 부자가 선진국 부자만큼 이 사회의 시스템에 고마움을 느끼기엔 아직 이르다는 얘기다.

◆CEO 블로그 개설 문의 : 02-860-3707 (ceoblog.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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