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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관행 참작하라/「취중 운전자」도 납득하는 측정법을(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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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음주운전자 구속을 놓고 법원과 검ㆍ경간에 견해차가 나타나고 경찰의 음주 측정방식에 일부 의문이 제기되면서 지난해 12월 이후 「거리의 안전」 확립에 가시적 성과를 보여온 음주운전 단속이 주춤거리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우리는 먼저 일부 논란과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을 엄히 단속하고 처벌하는 것은 시민의 합의에 해당되는 사안이며 앞으로도 흔들림없이 지속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음주운전이 일종의 자살행위이자 잠재적 살인행위라는 것은 수없이 지적되어 왔고 실제로 음주운전이 빚는 참극의 실화를 대부분 시민들이 일상에서 매일같이 보고 듣는 터다. 서울시경의 집계에 따르면 경찰의 집중단속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11일 새벽까지만도 서울시내에서 모두 7백97명이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었다고 한다.
전국적으로는 작년 한해 자그마치 2만7천1백56건을 적발해 하루 평균 76건 꼴이었고 그 전해인 88년에 비해서는 78%나 늘어났다는 통계다. 음주운전 단속의 사회적 정당성과 시급성은 이같은 통계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된다고 본다.
그러나 지난해 12월1일 집중 단속이 시작된 이후 나타난 몇가지 문제점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시정과 보완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먼저 검ㆍ경의 단속기준(혈중알콜농도 0.35%이상 구속)에 따라 청구한 음주운전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잇따라 기각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데 대해 검ㆍ경이 불만을 표시하는 데는 생각을 달리한다.
인신구속은 어느 경우에나 신중을 기해야 하며 획일 기준에 따라 기계적으로 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같은 범죄라 하더라도 동기ㆍ정상 등을 참작해 처벌 형량이 다르듯이 법관의 양식에 근거한 판단에 따라 영장이 선별 발부되는 것은 음주운전 처벌에서도 예외일 수는 없다.
따라서 검ㆍ경은 법원의 영장기각에 불만을 나타내기 보다 영장발부에 충분한 필요성을 법관에 납득시키는 방향으로 적발ㆍ수사에서 완벽을 기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법원은 음주운전이 여느 형사범죄와는 성격을 달리한다는 특수성도 염두에 두고 일관된 원칙과 기준에 따라 판단을 내리기를 바란다.
이와관련해 검찰의 음주 측정이 『부정확하다』는 지적은 시급히 보완되어야 할 문제점이다. 현재 경찰이 사용하고 있는 음주측정기는 실험결과 음주자의 주취도를 정확히 가리는 데 불충분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 때문에 단속 현장에서 음주자의 검사거부나 이의제기 등 시비가 일고 있는 형편이다.
주취도를 가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혈액을 채취해 혈중농도를 분석하는 방법이나 이를 모든 음주단속에 적용한다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미국등 외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팔들고 똑바로 걷기,숫자세기 등 보조측정수단을 활용하는 방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가능한 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해 당사자도 승복할 수 있는 공정하고 객관성있는 측정이 이루어질 때 단속의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검ㆍ경이 정해놓고 있는 단속ㆍ처벌기준도 다시한번 과학적 검증을 거쳐 법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논란이나 시비의 소지를 줄여야 할 것이다.
전국의 자동차가 3백만대에 육박하고 자동차 대수당 교통사고율이 세계 2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 상황에서 음주운전 단속은 결코 늦춰서는 안될 절박한 과제임을 다시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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